EU-중남미.미-호주-뉴질랜드, 경제블록 덩치 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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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수출 촉진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노린 세계 경제의 블록화가 가속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인접 지역 중심의 통합에서 한발 나아가 경제적 필요에 따른 대륙간 통합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기존 블록도 덩치를 더욱 키워가는 추세다.

가장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유럽. 유럽연합 (EU) 과 남미 공동시장 (메르코수르) 의 기업인.정부관료 1백50명은 23일 'EU - 메르코수르 기업가 포럼' 을 열고 2개 시장을 합친 범대서양 '슈퍼 블록' 을 창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EU.중남미 정상들은 6월 리우데 자네이루에서 회담을 갖고 본격적인 논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 블록의 통합이 확정되면 국민총생산 (GNP) 9조달러.인구 5억8천만명의 거대 시장을 형성, 미국이 제안한 미주자유무역지대 (FTAA) 와 맞먹는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EU는 또 지난 8일 세네갈의 다카르에서 과거 유럽 식민지 국가들로 구성된 아시아.카리브.태평양 그룹 (ACP) 71개국과 상호 무역협정 개정을 위한 회담을 갖고 EU.ACP 통합의 고삐를 당겼다.

EU와 ACP회원국들은 지난해 9월부터 75년 체결된 로메 협정 개정을 협의해 왔는데 EU는 무역특혜와 원조를 통해 ACP국가간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한 후 유럽과의 통합을 이끌어 낸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유럽과 미국의 경제 통합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크라이슬러와 독일의 다임러 벤츠의 합병으로 탄생한 다임러 크라이슬러의 위르겐 슈렘프 공동회장은 지난 19일 "미국과 유럽이 궁극적으로는 대서양을 잇는 자유시장 창설로 이어질 수 있는 경제 통합을 추진할 때가 됐다" 고 밝혔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도 최근 아시아 경제위기로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대서양으로 옮겨 갔으며 두 지역간의 경제 마인드가 닮아가고 있다고 분석, 두 지역 경제 통합을 시사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 총리는 지난 21일 회담을 갖고 중남미와 자유무역협정을 맺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국은 가능하다면 미국과도 협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개별 국가간 자유무역 협정 체결을 통한 지역 블록화가 모색되고 있다.

이미 한국과 일본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양국간 현안으로 떠오른 것을 비롯, 한.중.일을 잇는 동북아 자유무역지대 구상도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미국도 2005년까지 미주지역 경제를 통합한다는 계획을 꾸준히 추진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경제 통합이 블록내 무역을 촉진시키고 세계 경제의 균형 성장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또 다른 무역분쟁을 낳을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EU가 미국의 앞마당인 중남미 지역을 집중 공략하는 것이나 일본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지역의 통합 논의가 세계 교역에서 미국의 주도권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란 해석이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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