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에게 이탈리아 사람들이 매일 해먹는 '진짜' 이탈리아 음식을 알려주고 싶어요."
지난 6월부터 케이블 TV인 푸드채널에서 한국인 MC(유밀레씨)와 함께 요리 프로그램 '본조르노 쉐프'('안녕하세요, 요리사'란 뜻)를 진행하고 있는 요리사 파올로 데 마리아(37). 그는 푸드채널에 처음 등장한 외국인 고정 진행자인데다 패션 모델 뺨치는 용모 때문에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이탈리아 해외무역공사의 후원으로 12주간 방송되는 이 프로에서 파올로는 피자와 스파게티를 떠올리는 게 고작인 대다수 시청자에게 '페스토 소스 링귀네''쇠고기 필레와 고르곤졸라 폰두타'등 이름조차 생소한 가정식 이탈리아 요리를 가르친다.
"서울에만 이탈리아 식당이 몇백 개나 될 만큼 이탈리아 요리가 인기라고 들었어요. 하지만 제가 맛을 보니 실제로 이탈리아에서 먹는 음식과는 거리가 있더군요. 한국인들이 집에서 직접 만들면 좋겠구나 싶었죠."
그래서 파올로는 이탈리아 가정요리 중에서도 만들기 쉽고, 재료를 수월하게 구할 수 있는 것 위주로 메뉴를 짠다고 했다. 또 방송 중에는 조리법뿐 아니라 재료를 어디서 사야 하는지, 어떤 음료를 곁들여 먹어야 하는지 등 이탈리아 음식에 관한 정보를 '풀코스'로 제공한다. 요리사가 아니라 흡사 '이탈리아 문화 전도사'같다.
"당연한 것 아닌가요? 저도 한국 식당에서 삼겹살 먹을 땐 소주를 시킵니다. 마찬가지로 이탈리아인들은 어떤 요리에 어떤 와인을 곁들이는지 등 음식 문화를 종합적으로 알려줘야 제대로 된 요리 강습이라 할 수 있죠."
요리를 잘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14세 때 고향인 토리노 인근의 요리학교에 입학한 파올로는 올해로 요리 경력이 20년째다. 그간 모국인 이탈리아에서 특급 호텔 요리사를 두루 거쳤고, 국영방송인 라이TV에서 요리 프로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프랑스.호주.멕시코.캐나다 등 세계 각국의 레스토랑은 물론 태평양을 일주하는 유람선의 요리사로도 일하며 이탈리아 요리를 전파해 왔다. 한국엔 올 1월 서울 모 레스토랑의 대표 요리사로 스카우트돼 왔다.
"여행을 좋아하다 보니 세계 각국의 문화와 음식재료를 받아들여 새로운 요리 메뉴를 개발하는 걸 즐깁니다. 한국에 온 뒤엔 생강과 인삼을 곁들인 거위 간 요리를 만든 적이 있어요."
"한국 음식은 이탈리아 음식과 마찬가지로 마늘과 고추를 많이 쓰기 때문에 낯설지가 않다"는 그는 "한국에 온 후론 이탈리아 요리보다 비빔밥.비빔 국수 등을 더 자주 먹는다"고 했다.
글=신예리 기자
사진=신동연 기자<sdy1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