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취임 1돌 앞두고 정치권 해빙기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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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설 연휴를 보낸 정국이 대치국면을 벗어나 서서히 화해기류를 타고 있다.

한나라당이 단독 소집한 제201회 임시국회가 여야합의로 22일부터 정상화되고,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취임 1주년 (25일) 등 해빙을 재촉할 호재들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여권은 집권 2년차라는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국민 대화합 분위기 조성이 절실하다.

한나라당도 장외투쟁을 지속할 여력과 명분이 거의 소진된 상태. 이에 따라 金대통령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쟁점현안을 일괄타결할 여야 총재회담의 성사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우선 여권은 야당에 대해서도 '햇볕정책' 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회의 수뇌부는 한나라당이 요구해온 '金대통령의 정계개편 포기선언' 은 수용할 수 없지만 인위적 정계개편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각종 채널을 통해 한나라당에 전달해왔다.

김영삼 (金泳三)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권노갑 (權魯甲) 전 부총재.김상현 (金相賢) 고문 등 당 중진들이 민주계 인사들과의 접촉을 통해 관계복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화합' 과 '화해' 에 무게를 둔 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金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전후해 ▶국민과의 대화 (21일) ▶기자회견 (24일)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국제회의 기조연설 (26일) 등을 통해 국민화합을 역설할 방침이다.

3.1절 대사면이 검토되고 있는 것도 같은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다.

야권의 전략도 대화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잇따른 장외집회에 대한 당내 비주류의 불만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 처음 가진 인천대회가 마산.구미집회와 달리 기대에 못미친다는 내부평가도 이회창 (李會昌) 총재의 선택 폭을 제약하고 있다.

이래저래 총재회담에 응하자는 '주화론 (主和論)' 이 힘을 얻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는 "金대통령 취임 1주년이 끝난 뒤 총재회담이 가능할 것 같다" 고 전망했다.

李총재가 미국 방문에 나서는 3월 8일 이전에 총재회담을 통해 정국현안을 마무리하지 않겠느냐는 것.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총재회담에 응할 경우 축제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여권의 의도에 이용만 당할 뿐이라는 경계론이 나오고 있어 아직은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金대통령의 '햇볕정책' 에 화답해 긴장 강도를 늦출 경우 당내 비주류 세력이 이탈하게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래서 부산.대구에서 장외집회를 열어야 한다는 강경론도 초.재선 그룹을 중심으로 개진되고 있다.

여권은 일단 총재회담의 성사를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끝내 거부할 경우 국민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런저런 부정적 변수들이 도사리고는 있지만 정치권의 기류는 대체로 화해쪽에 가깝다.

소모적인 정쟁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여야 모두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18일 총무회담은 정국정상화를 짐작케하는 풍향계가 될 듯하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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