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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20세기 한국 톱10'한국영화명장면 '오발탄'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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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가자,가자. " 전쟁의 충격으로 정신이상이 된 늙은 어머니는 비행기 소리만 나면 두고온 고향을 향해 외친다. 일확천금을 노렸던 남동생은 은행강도로 경찰에 쫓기고, 여동생은 양공주로 전락한 신세다.

치통을 앓고 있던 주인공 (김진규 분) 의 고민. 경찰서에 잡힌 동생을 만나러 가야할지, 아니면 죽음을 앞둔 노모를 보러 병원으로 가야할지. 진퇴양난이다. 택시 안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주인공의 얼굴은 60년대 초반 한국인의 고달픈 자화상이다.

KBS2에서 7일 오전11시 방영되는 '20세기 한국 톱 10' .6.25 이후 선보인 한국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명장면 10개를 골랐다. 시대적 의미가 각별하거나, 표현기법에서 주목할 장면을 고른 것.

조희문.강한섭.정성일 등 영화평론가 10명에게 10장면씩 의뢰해 그 가운데 득표 순으로 10개를 선정했다. 앞에 소개한 '오발탄' 의 마지막 부분이 1위. 10명 가운데 9명이 추천했다.

다음으로 꼽힌 장면은 93년 임권택 감독이 연출한 '서편제' 에서 오정혜.김명곤 등이 흥겹게 '진도아리랑' 을 부르는 모습. 3위는 75년 선보인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 이 차지했다.

입영열차에 탄 남자친구에게 매달려 뜨겁게 키스를 나누는 장면이다. 70년대 젊은이들의 생각과 문화가 가감 없이 녹아들었다는 평가다.

또한 지난해 각종 국제영화제를 수상한 이광모 감독의 '아름다운 시절' 에서 최씨 일가가 길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 89년 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 에서 스님이 소를 몰고 석양의 논길을 걷는 모습, 93년 이장호 감독의 '바보선언' 에서 두 주인공이 국회의사당 앞뜰에서 춤추는 장면, 75년 이만희 감독의 '삼포가는 길' 에서 주인공 세 사람이 새하얀 눈밭에서 춤추는 모습, 96년 박광수 감독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에서 전태일이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고 외치며 분신자살하는 모습 등이 10위 안에 올랐다.

영화를 통해 우리의 현대사를 돌이켜보며 때로는 흥겹고,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아름다웠던 우리의 발자취를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이밖에도 이 프로에는 한국 최초의 영화, 최다 관객 작품, 최다 출연배우, 최고 출연료 등 각종 흥미로운 기록이 소개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스크린쿼터제와 한국영화 진흥책도 조명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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