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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입맛 돋우는 고등어 한 마리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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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호 15면

등 푸른 생선의 대표 격인 고등어는 가을철에 가장 맛이 뛰어나다. 여름에 산란을 마친 뒤 겨울 대비를 위해 먹이를 양껏 먹어 지방 함량이 20%를 넘기 때문이다. 등 쪽보다 지방이 많은 배 쪽의 맛이 더 좋다.

박태균의 식품이야기

지방이 많이 들어 있지만 대부분 혈관 건강에 유익한 불포화 지방이다. 특히 오메가-3 지방의 일종인 DHA와 EPA가 풍부하다. 알다시피 DHA는 뇌신경을 활성화해 머리를 좋게 한다. 치매·천식·아토피성 피부염·동맥경화·암 예방에 효과적이란 연구 논문도 있다. EPA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관에서 피가 엉기는 것(혈전)을 막아 동맥경화·심장병·뇌졸중 등을 예방해준다.

이런 DHA와 EPA가 고등어 100g엔 각각 1.8g, 1.2g이나 들어 있다. DHA·EPA의 하루 권장량은 1~2g이다.

그러나 제아무리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 지방이라 하더라도 g당 9㎉를 내기는 다른 지방과 마찬가지다. 고등어의 100g당 열량은 183㎉(날것)로, 명태(80㎉)의 두 배 이상이다. 자반고등어의 열량은 날것과 비슷하지만 굽거나 말린 것은 날것보다 100g당 80㎉ 이상 높다.

불포화 지방이 산화되면 암·노화를 일으키는 과산화지질로 변한다는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고등어엔 지방의 산화를 막는 비타민 E가 함께 들어 있다.

고등어의 세 가지 특성은 빛을 좋아하고(추광성), 무리를 지어 살며(군집성), 등이 푸르다는 것이다. 일본에선 고기 어(魚)에 푸를 청(靑)을 붙인 ‘사바(鯖)’라 한다. ‘뇌물을 바쳐 일을 성취한다’는 의미의 속어인 ‘사바사바한다’는 고등어가 귀했던 일제 때 나온 말이다.

고등어는 여느 생선과 마찬가지로 단백질도 풍부하다. 고등어의 단백질을 구성하는 여러 아미노산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타우린과 히스티딘이다. 타우린은 혈압·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간 기능을 높이며 천식을 개선하고 시력을 보호하는 웰빙 아미노산. 반면 히스티딘은 요주의 아미노산이다. 고등어는 낚아 올리는 즉시 죽으면서 붉은 살 부위의 부패가 빠르게 진행되는데, 이때 히스티딘은 히스타민으로 바뀐다. 히스타민은 두드러기·복통·구토 등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하는 성분. 피부에 두드러기가 났을 때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처럼 부패가 빠른 고등어를 더 오래 두고 먹기 위한 우리 선조의 지혜가 자반고등어다. 소금에 절여 놓으면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활용한 것이다. 자반은 원래 좌반(佐飯)에서 나온 말로, 밥먹는 것을 도와준다는 뜻이다.

비린내가 싫어서 고등어를 멀리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비린내는 지방이 산패한 결과다. 거슬린다면 조리 전에 식초를 뿌리는 게 효과적이다. 먹기 전에 비타민 C가 풍부한 레몬즙을 뿌리면 비린내는 물론 탄 부위에 생긴 발암물질도 제거해 준다. 또 굽기 전에 소금을 뿌리면 수분이 빠져나가 살이 단단해지고 맛도 좋아진다. 조리할 때 열을 너무 오래 가하는 것은 피한다. DHA 등 유익한 지방이 빠져나가며 탄 부위에 벤조피렌 등 발암물질이 생성될 수 있다.

고등어는 눌렀을 때 탄력이 느껴질 만큼 살이 단단하고 광택이 나며 눈이 촉촉한 것이 상품이다. 통풍 환자에겐 금기 식품이다. 푸린 함량이 높기 때문이다.

고등어는 이제 양식도 가능해졌다. 미식가들에게 고등어 회는 일품으로 통한다. 과거엔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었다. 그러나 침술을 이용해 생선을 잠재웠다가 운반한 뒤에 깨어나게 하는 방법이 국내에 도입되면서 이젠 내륙에서도 산 고등어 회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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