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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병 대책 날 풀리기전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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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 이후 급증한 노숙자들의 질병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대부분의 노숙자들은 동사 (凍死) 등을 피하느라 희망의 집 (4천3백명 정도).자유의 집 (1천3백명 정도) 등 노숙자 수용시설에 수용돼 있다.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주영수 (朱英洙) 박사는 "이들이 날씨가 조금 풀리는 3월 이후엔 언제든 다시 노숙자로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지금 대책마련을 해야 한다" 고 강조한다.

최근 의학전문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 (NEJM) 은 이가 옮는 세균성 질병인 참호열이 노숙자들에게 발생하기 쉽다는 프랑스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참호열이란 1차세계대전 당시 위생상태가 열악한 참호에서 전투를 했던 병사들에게서 집단 발생돼 부쳐진 이름. 위생상태가 개선되면서 급속히 감소됐던 질병이다.

이 병은 이를 매개로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되는데 온몸이 아프면서 갑작스럽게 고열.두통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 발병 즉시 적절한 항생제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방치하면 심장조직에 치명적인 염증이 생겨 사망하게 된다.

노숙자들이 수용시설에 수용되기 직전인 지난해 10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서 을지로 지역의 노숙자 6백8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결핵.감기.피부병.근골격계 질환 등 유병률 (有病率) 이 19.38%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1일 평균 알콜 섭취량을 소주로 환산한 결과 쉼터 노숙자들의 경우 1일 1병, 을지로 1.8병, 서울역은 2병 정도. 朱박사는 "노숙자가 되면 알코올 의존성이 더 높아진다" 고 설명한다. 쉼터에 수용된 이들에 비해 서울역 노숙자인 경우 우울증 3배.적대감 7.9배.공포심 4.2배가 높았다.

이런 심리.정신적 문제는 노숙기간이 길수록 커져 어떤 한 개인이 1년간 노숙할 경우 타인에 대한 예민성 10.5배, 우울증 2.7배, 신체화증상 3.3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朱박사는 "현재 수용시설에 있는 대부분의 노숙자들은 IMF이후 생긴 단기간 노숙자들로 이들에 대한 보건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 노숙이 장기화 되면 심신의 질병 발생률도 높아지고 악화할 우려가 높다" 고 지적했다.

황세희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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