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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BOOK] 당신이 입은 청바지, 그 속에 담긴 눈물과 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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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22면

블루진, 세계 경제를 입다
레이철 루이즈
스나이더 지음
최지향 옮김, 부키
388쪽, 1만4000원

‘푸드 마일’은 식품이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이동해 온 거리를 말한다. 멀리서 오래 걸려 왔을수록 사연도, 문제도 많을 가능성이 크다.

청바지도 마찬가지다. 목화밭에서 목화를 재배하고 (아제르바이젠), 실을 뽑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염색하고(이탈리아), 탈색하고 디자인하고(멕시코시티), 재단하고 제조해(중국) 배달되기까지 긴 여정을 거친다. 그 또는 그녀의 엉덩이를 부드럽게 감쌀 때까지 때론 지구를 한바퀴 돌기도 한다. 그 안에 좀 많은 눈물과 땀과 이야기가 담겼을까. 이 책은 그런 청바지의 일생을 쫓은 ‘청바지 마일’이다.

뉴욕의 유기농 청바지 에덴의 사무실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지구촌 청바지로드를 한바퀴 돌아 다시 뉴욕에서 끝을 맺는다. 저임 노동을 부추기는 막대한 미국의 목화 농업 보조금(10년간 190억 달러가 지원됐는데 모두 세계무역기구 규정을 위반한 조치이다), 빈곤과 환경파괴, 각종 약품과 유해물질들이 등장한다.

그렇다고 고발정신과 정의감만 가득한 책은 아니다. 텐트 천(코튼 덕)으로 만들어진 청바지가 처음엔 갈색이었다는 얘기부터 푸른 색 염료 인디고의 거부할 수 없는 마성의 실체까지 밝혀준다. 청바지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하필 왜 청바지냐고? 청바지는 가장 많이 팔리는 옷이다. 연간 세계 의류 판매액 3950억 달러중 550억 달러어치가 청바지다. 청바지는 또 삶의 기록이다. 다리를 꼬고 앉으면 맞닿는 부분의 색이 바랜다. 자동차 보닛위로 몸을 기울이는 일이 많다거나, 계단에 무릎을 대고 청소를 한다거나 매일 키보드 앞에 앉아있다거나 하는 일상의 흔적을 청바지는 고스란히 기록한다.

청바지 얘기지만 지은이의 시선은 사람에 맞춰져 있다. 아제르바이젠 목화밭의 가니라, 이탈리아의 수석 디자이너 파스칼, 캄보디아 공장의 나트 등의 입을 통해 청바지를 얘기한다. 이들을 바라보는 작자의 시선은 객관적이지만 따스하다. 작자 스스로 “우리가 입는 바지 속에 담긴 사람에 관한 이야기”라고 한 이유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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