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국방 "청와대 대변인 잘못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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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무현 대통령이 11일 전군 주요 지휘관과의 오찬에서 "군은 과거에 문제가 됐던 일들을 스스로 밝히는 적극적 자세를 갖고 정리해 나가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한 발언을 놓고 분분한 해석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언급에 이어 노 대통령이 "해방 이전의 역사가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았고 군사정부 시절의 잘못된 역사가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았다"고 부연한 대목은 혼선을 가중시켰다. 오찬 이후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한 내용이었다.

한나라당은 12일 이 발언이 일본 육사 출신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심재철 기획위원장은 "해방 직후 수가 많고 전문지식을 지닌 일본군, 만주군계가 우리 군의 뿌리를 형성했다"며 "군의 과거사를 캐겠다는 것은 군의 뿌리 자체를 흔들고 부정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형오 사무총장은 "노 대통령이 군의 과거를 캐고 위상을 흔들어 이득을 보려하는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일부 언론은 노 대통령의 발언을 강탈 논란이 일고 있는 박 전 대통령 시대의 '정수장학회' 정리를 지시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12일 아침 기자간담회를 한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오늘 아침 신문을 보고 놀랐다"며 "대통령이 군 과거사 이야기를 했다는데 그런 의도로 하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윤 장관은 "이야기의 본체는 군과 의문사위의 관계"라며 "대통령은 군이 의문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밝혀 국민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정수장학회 얘기까지 나오느냐"고 했다. 윤 장관은 "(브리핑을 한) 청와대 대변인이 헤드테이블에 앉아 있지 않아 잘 모를 것"이라고 했다.

당시 상황은 이랬다. 헤드테이블에서 식사하던 윤 장관이 노 대통령에게 "의문사위 조사를 하는데 군 지휘관의 명예와 자존심을 존중하도록 배려해 달라"고 건의했고, 노 대통령이 흔쾌히 수용하는 얘기가 오갔다. 윤 장관이 설명한 내용이다.

식사가 다 끝난 뒤 노 대통령이 일어서서 전 참석자를 대상으로 마무리 발언을 했다. 노 대통령은 "의문사위 조사과정에서 군 지휘관의 자존심과 지위에 맞게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간략히 언급한 뒤 '군의 과거사 정리 결단 필요' 발언 등 논란을 낳은 얘기를 이어 나갔다. 김 대변인은 이 대목을 소개한 것이다.

김 대변인은 12일 "브리핑 당시에도 대통령의 언급은 군내 의문사 사건 규명에 대한 군의 적극적 협조를 요구한 연장선상에서 나온 얘기며 해방 이전과 군사정권의 역사를 언급한 대목은 말 그대로 일반론적인 것이라고 설명했었다"며 "언론의 확대 해석으로 빚어진 혼선"이라고 반박했다. 유신.정수장학회 논란으로 촉각이 예민해진 한나라당, 다양한 해석의 돌출에 어리둥절한 군 수뇌부, '확대 해석' 때문이라며 진화를 시도하는 청와대 등이 어우러져 최근 과거사 정국의 민감함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최훈 기자

*** 바로잡습니다

◇본지 8월 13일자 4면 ‘군 과거사 정리 발언 혼선, 청와대 대변인 발표 잘못’이란 제목의 기사는 제목과 기사 내용이 다르게 나갔습니다. 제목은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청와대 대변인이 잘못 발표했다”고 말한 것으로 뽑혔으나 기사에는 그런 내용이 없었습니다. 윤 장관이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이 앉았던) 헤드테이블에 앉아 있지 않아(대화 내용을) 잘 몰랐을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는 내용이 기사에 나와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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