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 발견안된 살인사건 용의자 이례적 사형선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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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살인사건 피고인에 대해 법원이 이례적으로 간접증거를 인정, 사형을 선고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 합의부 (재판장 鄭희장 부장판사) 는 29일 애인의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李승화 (28.부산시남구용호동) 피고인에게 검찰의 구형대로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의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피고인의 차 안에서 발견된 치사량 이상의 혈액이 피해자의 것으로 추정되고 사건후 피고인의 행적이 석연치 않은 점으로 미뤄 살인혐의가 인정된다" 면서 "피고인이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전혀 반성하는 빛을 보이지 않아 법정 최고형을 선고한다" 고 말했다.

李피고인은 97년 5월 21일 오전 2시쯤 부산시해운대구우동 유스호스텔 신축공사장 옆 공터에서 애인 文모 (28.여) 씨가 자신을 상습폭행 혐의로 고소해 2년6개월을 복역한 데 앙심을 품고 文씨를 마구 때린 뒤 文씨의 친구 李모 (27.여) 씨를 승용차로 납치,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당시 경찰은 李씨의 시체는 발견하지 못한 채 사건 발생 이틀 뒤 李피고인의 승용차 안에서 1.5ℓ 정도의 응고되지 않은 혈액을 발견, 이미 다른 혐의로 구속된 李피고인을 상대로 범행여부를 추궁했으나 李피고인은 완강히 부인했다.

그러나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李피고인이 운전한 승용차 안에서 다량의 혈액이 발견됐고 사망 후에 흘린 피는 응고되지 않는다는 간접증거를 들어 李피고인이 李씨를 살해한 뒤 시체를 버린 것으로 보고 살인혐의를 적용, 기소했었다.

부산 = 손용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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