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난 '꽃게 간담회'… 분노한 어민들 자리 박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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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정부가 중국 어선을 퇴치해주지 않으면 우리가 직접 나서겠다."

3일 오후 연평면사무소에서 열린 '중국어선 불법조업 대책 간담회'는 어민 대표들이 "회의가 열릴 때마다 '검토해 보겠다'는 말만 실컷 듣는다"며 시작 2시간여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바람에 중단됐다.

간담회에는 연평도 어민회장.선장협의회장.선주 등 10여 명과 해양수산부와 인천시.해양경찰 등 정부 관계자 등 20여 명이 공식 참석했다.

이날 조업을 포기하고 회의장 바깥에서 이를 지켜보던 어민 100여 명은 별다른 성과 없이 간담회가 중단되자 화물차량으로 면사무소 정문을 가로막았다. 이 때문에 정부 관계자들은 1시간20분 동안 면사무소에 갇혀 있다가 뒷문을 통해 겨우 빠져나갔다.

간담회에서 어민들은 밤이나 안개가 낀 날 우리 측 북방한계선(NLL) 안으로 들어와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을 퇴치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최율 연평어민회장은 "중국 어선들의 싹쓸이 때문에 자원이 고갈돼 연평도 어민 상당수가 지난 2~3년 동안 수억원씩의 빚을 졌으며 이제는 수협에서 대출도 해주지 않을 정도"라고 밝혔다. 선주 박재원씨는 "본격적인 꽃게 조업시기가 5~6월 두 달에 불과한데다 그나마 기상사정 등으로 20여 일밖에 조업을 못해 손해가 더 크다"며 "금어기(7~8월)를 8월 한달로 단축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 심호진 어업자원국장은 "이달 말 중국과 고위급 회담을 열어 해결책을 마련해 보겠다"고 말했다.

연평도=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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