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불이상만 연초 3건 M&A열기 식을줄 모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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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기업들간의 인수.합병 (M&A) 열기가 올들어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4월 시티코프와 트래블러스의 합병에서 시작, 11월 도이체방크의 뱅커스 트러스트 인수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기업구도를 뒤바꿔놓은 M&A붐은 99년 들어 한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1백억달러가 넘는 대형 M&A를 3건이나 탄생시켰다.

금년 M&A의 특징은 유럽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 유로의 출범과 함께 유럽 기업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M&A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업종별로는 지난해 금융.석유.자동차 산업에서 초대형 M&A가 발생한 것과 달리 올해는 정보통신.금융산업을 중심으로 대형 '짝짓기' 가 이뤄지고 있다.

◇ 정보통신 = 올해 가장 큰 '빅 딜' 은 영국의 이동통신업체 보다폰의 에어터치 커뮤니케이션즈 인수. 보다폰은 지난18일 미국의 에어터치사를 5백8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업체로 떠올랐다.

보다폰은 미 서부에 7백80만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는 에어터치를 인수함으로써 연간 3백억달러에 이르는 미국 이동통신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또 정보통신장비업체인 미국의 루슨트테크놀로지는 같은 업종의 어센드사를 1백87억달러에 사들였다.

인터넷 시장도 M&A 격전장이 됐다. 케이블TV망을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인 미국의 앳 홈은 지난19일 야후의 경쟁업체인 익사이트사를 인터넷 업체 거래사상 최대 규모인 67억달러에 인수했다. 이같은 규모는 지난해11월 아메리카 온라인 (AOL) 이 넷스케이프를 인수하면서 지불한 42억달러를 훨씬 넘어서는 것.

18개 케이블TV와 인터넷 서비스 계약을 맺고 있는 앳 홈이 2천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익사이트를 인수하자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26일 유럽의 최대 케이블TV 공급자인 UPC 인수 작업에 착수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 방위산업 = 영국의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 (BAe) 는 지난19일 영국의 GEC 마르코니 일렉트로닉사를 77억파운드 (약 1백27억달러)에 인수, 유럽 최대의 방산업체로 부상했다.

세계적으로는 미국의 보잉과 록히드 마틴에 이어 3위 규모다. 이에 따라 유럽의 방위산업계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합병 모색에 분주해졌다.

프랑스 리오넬 조스팽 총리는 지난20일 'BAe - 마르코니' 의 결합으로 프랑스의 항공그룹인 아에로 스파시알과 마트라 오트 테크놀로지의 합병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와의 제휴를 통해 대형 업체로 발돋움하려던 독일의 항공우주업체 DASA도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자 이제는 미국 업체쪽으로 M&A기수를 돌리고 있다.

◇ 금융 = 스페인 최대 은행인 '방코 산탄데르' 와 3위 은행인 '방코 센트랄 이스파노아메리카노' (BCH)가 지난15일 합병을 발표, 유럽 10위권내의 거대은행으로 탈바꿈했다.

금융개혁이 본격화되고 있는 일본에서는 미쓰이 (三井) 신탁은행과 주오 (中央) 신탁은행이 지난19일 합병을 선언하며 일본 최대의 신탁은행 (자산규모 41조8천억엔) 이 탄생했다.

◇ 기타 = 세계 2, 4위 담배 제조회사인 영국의 '브리티시 아메리칸 타바코 (BAT)' 와 네덜란드의 '로스맨스 인터내셔널' 이 지난11일 87억달러 규모의 합병을 통해 자산규모 1백30억파운드 (약 2백14억달러) 의 거대 담배 회사가 됐다. 합병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6%로 예상된다.

◇ 향후 전망 = 일단 자동차업계의 대지진이 예상된다. 일본의 닛산을 대상으로 다임러크라이슬러가 M&A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르노.포드 등의 입질도 이어지고 있다.

또한 볼보는 자동차 부분을 매각하기 위한 다각적인 협상을 벌이고 있다. 결국 '빅5' (제너럴모터스.포드.도요타.다임러크라이슬러.폴크스바겐) 을 축으로 한 초대형 M&A가 곧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선.인텔 등 컴퓨터 관련업체들의 M&A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은행 등 금융산업도 지난해에 이어 초대형 결합을 예고하고 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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