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주)로커스, 1,600만불 외자유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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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영화감독을 꿈꾸던 30대의 한 국내 벤처기업가가 외국 투자회사에 주식을 액면가의 26배인 주당 13만원에 매각, 1천6백만달러 (약 1백92억원) 의 외자유치에 성공했다.

주인공은 음성사서함과 지능망 관련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로커스사의 김형순 (金亨淳.38) 사장. 김선길 (金善吉) 해양수산부장관의 장남인 그는 26일 영국계 금융회사인 플레밍그룹의 투자전문 자회사 자딘 플레밍 일렉트라 (JFE) 사와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로커스 지분 34%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JFE는 비상임이사 한명만 선임할 뿐 경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는 조건이다.

지난 90년 자본금 1천만원으로 창업한 이 회사는 8년 만에 외국기업으로부터 무려 6백억원이나 되는 기업가치를 지닌 '금두꺼비' 로 평가받게 된 것이다.

JFE가 로커스사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이유는 ▶지난해 매출액이 3백억원을 넘는 등 3년 평균 매출액 성장률이 1백31%나 되고 ▶당기순이익 성장률은 2백21%나 됐으며 ▶연구원이 전 직원의 58%나 되는 등 기술력으로 무장된 회사라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JFE는 3개월간 로커스사의 국내 평판과 회계.법률감사를 통해 샅샅이 검토한 결과 결정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金사장은 연세대 2학년이던 지난 82년 영화감독을 꿈꾸며 뉴욕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러나 도중에 전공을 바꿔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컬럼비아대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중 벤처 창업에 눈을 돌렸다.

89년 뉴욕 맨해튼에 10평 규모의 사무실을 임대하고 회사를 세운 것. 이 회사가 바로 로커스 (라틴어로 '거인' 이라는 뜻) 의 전신으로 현재는 미국 현지법인으로 돼있다.

로커스사 주력 제품인 음성사서함 등은 모두 컴퓨터와 전화를 결합한 컴퓨터.전화통합 (CTI) 기술에서 나온 것이다.

이 기술은 미국 생활 시절 옆 사무실에서 음성메일 시스템을 연구하던 이스라엘 친구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한 것이다.

이 기술을 갖고 귀국한 金사장은 90년 종업원 4명으로 회사를 차렸다.

그는 "무슨 기술인지도 모르니 시장이 형성될 리도 없는 황무지에서 3~4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지금은 86명의 종업원과 지난해 3백억원의 매출 실적을 올렸다" 고 말했다.

로커스사는 올해 직원을 2백명으로 늘리고 매출은 8백억원으로 잡고 있다.

로커스의 제품은 이미 한국통신프리텔 고객만족센터. 한솔PCS 음성사서함시스템. SK텔레콤 고속무선호출 등에 쓰이고 있다. 조흥. 한미. 신한은행 등 18개 금융기관도 로커스의 고객이다.

金사장은 "내년 중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하고 2001년 미국 나스닥 (장외 증권거래소)에도 상장키로 JFE와 협의를 마무리한 상태" 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로커스사의 이번 투자유치가 국내 벤처기업의 새로운 성장모델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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