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기과학연 분석 '엘니뇨 심술 더 사나워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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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현대인들 중 자신이 엘니뇨라는 '날씨 청룡열차' 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또 이 청룡열차가 지금 무섭게 속도를 내고 있으며 잘못하면 궤도를 벗어날 지도 모른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드물다. 지구촌이 '일상화' 하다시피 한 기상이변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이런 이변의 주범격인 엘니뇨가 앞으로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난리를 피울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 국립대기과학연구소팀은 컴퓨터 모사실험을 통해 6천년 전의 엘니뇨 영향은 현재의 50%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태평양상의 수온이 오르내리는 자연적 현상. 라니냐와는 서로 동전의 앞뒤 같은 관계다.

연구팀은 산업활동이 이런 자연적인 엘니뇨와 라니냐를 비정상적인 형태로 변질시킨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의 오토블리스터 박사는 6천년 전의 여름은 지금보다 더 더웠고 겨울은 추워 계절이 뚜렷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은 태평양 수온의 오르내림이 빨라졌을 뿐만 아니라 그 폭도 커져 마치 제어할 수 없는 청룡열차 같다는 것. 보통 7~8년, 길게는 십년 이상 걸러 찾아오던 엘니뇨의 방문이 잦아진 것은 70년대 중반부터. 최근에는 한 해 걸러 찾아오거나 아예 두 해 연속 기승을 부리기도 한다.

또 과거 같으면 수온이 기껏해야 섭씨 2도 정도 올랐던 게 최근에는 4도가 넘게 치솟는다.

연구팀은 이런 영향이 맞물려 지난해가 세계 기후 관측사상 가장 더웠던 해로 기록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의 추정으로는 엘니뇨의 편차가 1단위 높아지면 지구촌의 기온이 섭씨 0.1도씩 오른다는 것. 이는 바다 속에 있던 열이 엘니뇨를 통해 바다 표면으로 이동한 뒤 최종적으로 대기로 방출되기 때문. 일부 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두고 "바다가 참을 만큼 참았지만 이제 한계에 이른 것" 이라고 해석한다.

즉 그간 누적된 온난화로 더워진 지구를 바다가 많이 식혀줬다는 것. 하지만 지금은 마치 지구가 고장난 엔진처럼 뜨거워져 바다라는 냉각기관으로도 열을 식히기가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자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날씨 청룡열차를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것 또한 사람 몫인 것 같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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