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창업]사촌 형.아우 토끼농장 합쳐 매출 '껑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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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2일 오후 1시 경기도양평군양평읍오빈리 '양평 토끼농장' - . 실직의 고난을 뚫기 위해 토끼에 모든 것을 건 임종민 (林鍾玟.34).장민수 (張敏洙.30) 씨 부부.

林씨와 張씨는 얼굴이 너무나 닮아 친형제로 보기쉽지만 林씨의 외가가 張씨네인 내외종 사촌 사이. 92년 1월 육군 중사로 전역한 뒤 서울의 한 봉제공장에서 다림질을 하던 林씨는 97년 11월 여느 실직자와 같이 일자리를 잃었다.

시름에 젖어 멍하게 시간을 보내길 1개월여 - . 평소 동물에 관심이 많았던 林씨는 "이렇게 죽치고 있느니 아무 가축이나 길러 볼 요량" 으로 고향으로 향했다.

그 곳에서는 외사촌동생 張씨가 운영난으로 당구장을 처분하고 새 일거리를 찾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죽이 잘 맞던 이들은 "함께 일해 보자" 고 머리를 맞댔고 일단 가축을 기르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농촌지도소와 군청을 찾아 2개월여 동안 정보수집 끝에 ▶사료를 구하기 쉽고 ▶비교적 전염병을 타지 않으며 ▶성장이 빨라 자본회전이 빠른 토끼를 사업가축으로 선택했다.

그들은 7개월여만에 각각 5백마리로 번식하는 데 성공했다.

자신을 얻은 이들은 같은 업종을 구조조정하기로 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귀농정착금 5천만원 등 7천만원을 마련, 콘크리트 바닥에 조립식 패널로 1백70평 크기의 새 사육장을 지었다.

대부분의 토끼사육장이 맨땅에다 비닐하우스인 것에 비하면 첨단시설인 셈이다.

"굳이 같은 일을 따로 할 필요가 있습니까. 통합하고 남는 일손을 다른 일

에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 꼼꼼한 성격의 林씨는 사육.농장관리를, 한 때 지역 신문의 기자로 근무한 적이 있는 활달한 張씨는 판매.대외업무를 각각 맡았다.

부인들도 교배와 사료주기 등을 담당했다.

특히 張씨는 판매를 중간도매상에 의존하지 않고 홍보를 겸해 직접 음식점을 찾아다녔다.

드디어 지난달 초부터는 판매에 들어가 마리당 1만원씩 4백여마리를 출하했다.

이들이 키운 토끼는 배합사료 대신 칡덩굴.은행잎.시래기 등 건초를 주로 먹여 기름기가 적고 맛이 담박해 호평을 받았다.

이들은 관광음식점들이 즐비한 광주.이천.여주.용인.성남지역을 대상으로 부지런히 다리품 팔면 올 한 해 1억원의 매출은 거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연말께에는 행락 교통량이 많은 국도변에 위치한 이점을 최대한 살려 전문음식점을 차려 부인들이 경영을 맡을 계획이다.

양평 =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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