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사일 300km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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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성장과 안정이 경제의 두 수레바퀴이듯 북한을 다루는 데는 화해협력과 억지력 과시가 두 바퀴다.

정부는 비료 50만t 제공 용의, 금강산개발 가속 같은 방안으로 화해협력 부분을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도 북한은 금창리 시설이나 잠수정침투, 이산가족 문제 같은 데서 냉전의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때문에 국내외에선 정부의 화해 이니셔티브가 급하고 일방적인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15일 열린 한.미 국방장관회담은 이런 우려를 줄이고 화해협력 - 억지력 사이의 균형을 보완하는 결과물을 산출했다.

지금까지 미국은 전쟁 같은 일이 터졌을 때 한국에 국방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는데 이번에 양국은 전쟁뿐 아니라 잠수정 침투 같은 도발 때도 그런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는 미국이 북한의 간첩침투 같은 일에도 만약 정보가 있으면 한국에 알려줘야 하는 일종의 의무를 규정한 것으로 한.미 안보협력의 진일보라 할 수 있다.

이보다 더 주목되는 것은 '3백㎞ 미사일' 의 등장이다.

한국이 개발할 수 있는 미사일의 사정거리를 3백㎞로 늘리는 데 미국이 동의한 것이다.

현행 1백80㎞짜리는 평양에까지도 미치지 못해 대북 억지력에 한계가 있었다.

북한은 미사일 3백㎞의 의미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한국과 미국은 이를 수년간 미뤄 왔다.

그리고 현재는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로 일본은 물론 미국 본토까지 위협하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이는 어디까지나 북한 공격에 대한 억지력이지 선제공격력이 아니다.

북한이 무모하게 미사일이나 화학.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이처럼 한국과 일본 등의 무장만을 초래할 뿐이다.

북한은 이같은 억지력의 존재를 받아들여 자신들의 무장확대 정책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다.

예정된 금창리문제 북.미 협의나 4자회담에서 북한은 또 시간을 벌려고 할지 모른다.

북한의 이런 전략에 대응해 한국과 미국.일본 등은 다시 한번 북한이 금창리의 문을 열어서 얻는 이익과 닫아서 처하게 될 위험을 명확하게 제시해 줘야 한다.

'위험' 에 관해, 이번 양국 국방장관회담이 한국 미사일 사정거리를 연장하고 미국의 핵우산제공 결의를 재확인한 것 등이 효과적인 메시지가 되기를 우리는 기대한다.

반면 '화해' 부분에 있어선, 한국과 미국은 금창리문제와 대북 경제제재 완화.식량지원 등을 일거에 타결하는 일괄타결안을 더욱 진지하게 협의해 북한을 대화 쪽으로 끌어당기는 시도를 지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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