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쇼크]다국적 기업들 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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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브라질에 투자한 다국적 기업들이 주가하락과 한층 어두워진 올해 손익전망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올해 브라질 자회사의 경영악화가 불보듯 뻔하고, 이 경우 모기업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현재 브라질에 진출한 미국 기업은 약 2천여개. 이중 절반 이상이 이번 브라질 사태 때문에 직.간접적인 피해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미국 코닥사의 뉴욕증시 주가는 레알화 평가절하 소식과 지난해 4분기 영업실적 부진 사실이 알려진 지난 12일 (현지시각) 무려 11%가 폭락했다.

시티은행과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 포드자동차 주가도 각각 2% 정도가 떨어졌으며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GM 주가 역시 1%가 떨어진 상태다.

연간 영업수익의 9%를 브라질에서 거두고 있는 미국 제록스사의 최고재무담당자 (CFO) 배리 로머릴은 13일 AP통신과의 회견에서 "브라질 사태로 이미 상당수 다국적 기업들이 올해 순이익을 기대할 수 없게 돼 영업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고 말했다.

금융기관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98년 6월 현재 미국 금융기관이 브라질에 융자해준 돈은 1백67억달러. 이중 절반정도를 차지하는 단기채권의 경우 당분간 회수가 어려운 실정이다.

유럽의 다국적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독일 증시에서는 브라질 자동차시장 1위 회사인 폴크스바겐의 주가가 3.60유로 (4.16달러) 떨어졌고, 이탈리아 증시에서는 피아트 주가가 7%나 떨어졌다.

런던 엔스킬다 리서치사의 전문 분석가 로타 루비네츠키는 레알화의 평가절하 때문에 현지에 공장을 갖고 있는 다국적 자동차 메이커의 올해 영업수익이 10%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브라질에 2백7억달러를 융자해주고 있는 유럽은행들은 미국은행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다.

최근 이틀동안 독일의 드레스트너 은행 주가가 8.1% 떨어진 것을 비롯, 도이체방크가 7.27%, 스페인의 빌바오 비스카야은행이 14%, 그루포 산탄데르 은행이 12%의 주가 하락을 기록했다.

이들 은행이 올해 순이익을 내기는 아예 난망하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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