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아쉬운 나로호의 꿈 … 실패도 소중한 자산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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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온 국민이 가슴을 졸이며 지켜보던 우리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Ⅰ)가 목표 궤도에 진입하는 데 실패했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발사 이후 위성이 정상적으로 분리됐으나 목표 궤도에 정확히 올려 보내지는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나로우주센터에 따르면 나로호는 이륙 9분 뒤 고도 306㎞에서 과학기술위성 2호와 분리됐어야 했지만, 이보다 36㎞ 높은 고도 342㎞에서 분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우주연구원 이주진 원장은 “위성이 목표 궤도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한·러 조사위원회가 현재 분석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과학기술위성은 자체 추진체가 없다”고 말했다.

어제 나로호가 우주로 솟구쳐 오르는 장면을 지켜본 국민들에게 느닷없이 전해진 절반의 실패는 아쉽기 그지없는 소식이다. 우주로 향한 험난한 길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그러나 낙담만 해선 안 될 일이다. 그동안 첫 우주발사체 발사에 성공한 나라는 별로 없다. 우주 선진국들도 첫 발사 성공률은 27%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절반의 실패가 우주로 향한 연구개발을 위축시키면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7전8기로 안 되면 8전9기를 각오로 우주강국을 이루자”고 말했다. 안 장관도 “이번에 모든 발사과정을 경험했으며 우리에게 소중한 기술로 돌아올 것임이 틀림없다”고 했다. 국민들도 모두 똑같은 심정일 것이다.

나로호는 일단 미완의 꿈으로 우주를 떠돌게 됐다. 밤낮을 잊은 채 나로호에 매달려온 250명의 연구원들이야말로 누구보다 마음이 아플 게 분명하다. 그러나 꺾어진 무릎을 세우고 다시 한번 힘을 내주기를 부탁한다. 우선 이번 사고의 원인부터 정확하게 규명하고 기술적 결함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9개월 뒤인 내년 5월 재도전에 나선다. 실패에 대비해 러시아와 추가로 두 번 더 발사 실험을 할 수 있도록 협약을 맺어두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두 번째 발사를 위한 과학위성도 이미 확보해 두고 있다. 어제의 절망을 다음 기회에 온전한 성공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실패도 소중한 자산이다.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정부는 2018년 순수한 우리 기술로만 KSLV-II를 쏘아 올리고, 2020년에는 달 탐사 궤도선을 발사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2025년에는 달 탐사선 개발까지 계획하고 있다. 이런 원대한 꿈을 떠올리면 어제와 같은 부분적 실패가 우주로 향한 우리의 발걸음을 가로막을 수 없다. 우주개발은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전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앞으로도 전문가들의 판단을 믿고 묵묵히 전진해야 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다만 나로호 프로젝트에서 불거진 ‘기술종속’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2006년 러시아와 맺은 우주기술보호협정(TSA)에 따라 첨단기술은 제대로 이전받지 못했고 발사가 연기되거나 중지될 때마다 국내 기술진은 러시아만 쳐다보는 상황이 반복됐다. 하루빨리 독자적인 기술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다. 러시아에 끌려가는 모습을 더 이상 보이지 않도록 우주발사체의 개발과 발사 관리체계도 전면적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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