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국회서 개헌 작업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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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한나라당 지도부가 9월 정기국회에서 헌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라디오 연설에서 “국민 통합을 위해 꼭 필요한 정치 개혁을 구호로 그치지 않도록 반드시 할 것”이라고 천명한 직후 나온 개헌론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두 차례 조문정국을 치른 정치권에 개헌이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비공개회의 석상에서 “대통령이 오늘 라디오 연설에서 말한 국민 통합과 근원적 처방은 개헌을 의미한다”며 “9월 정기국회에서 국회에 헌법개정특위를 구성해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힌 지역주의 극복과 권력 분산을 위해서도 개헌은 이뤄져야 한다”며 “김형오 국회의장이 이달 말 개헌안을 내면 야당과도 개헌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공성진 최고위원도 “대통령이 정치 개혁 의지를 밝힌 만큼 자연스럽게 개헌 논의로 이어질 것”이라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개헌 제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시한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안 원내대표는 기자와 만나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없애려면 모든 권력이 1인에게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를 분권형 대통령제로 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 원수인 대통령과 내각 수반인 총리가 권력을 분점할 경우 의회가 내각구성권을 갖게 돼 자유로운 연립정부 구성이 가능해지고 극한적인 지역 대결은 사라질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대통령의 권한이 분산되면 현재의 영남당·호남당·충청당 등 지역주의 정당도 이념에 따른 정당체제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오 국회의장과 ‘2인 3각’ 개헌 추진=안 원내대표의 개헌 제안으로 여권 내에서는 김형오 의장과 ‘2인 3각’으로 개헌론에 드라이브가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김 의장이 구체적인 개헌안을 제시하면 한나라당이 개헌론에 적극 힘을 싣는다는 시나리오다. 김 의장은 이날 허용범 국회 대변인을 통해 “의장 직속 헌법연구자문위원회가 28일 최종 회의를 열어 31일 결과 보고서(개헌안)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안 원내대표는 이날 ▶개헌안 마련 시기(9~12월 정기국회)와 ▶방법(국회 차원 개헌특위 구성)까지 제시했다. 여당 핵심 당직자는 “김 의장은 지난 4월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자신의 개헌 추진의지를 설명해 청와대도 어느 정도 공감대를 갖고 있는 걸로 안다”고 전했다.

야당인 민주당도 권력 분점과 중·대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개헌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 입장이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개헌은 노무현 전 대통령도 주장해 온 것으로 원론적인 필요성은 공감한다”며 “개헌과 함께 행정·선거구제 개편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국회에서 개헌을 논의하려면 한나라당이 먼저 미디어법과 관련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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