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주목! 이선수]돌아온 풍운아 진로 백승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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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모래판의 다윗으로 다시 태어나겠습니다." 지난해 11월 모래판으로 되돌아온 백승일 (23.진로) 은 더 이상 '소년장사' 로 기억되길 거부한다.

'골리앗' 김영현 (23.LG) 을 쓰러뜨릴 '다윗' 이 되기 위해 백은 지난해 말부터 춘천 한림대 씨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해 6월 연골수술을 받은 왼쪽 무릎도 거의 완치됐다" 는 백은 이번 겨울훈련 동안 왼쪽 무릎 주위의 근육 키우기와 체력보강에 주력하고 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계속되는 혹독한 훈련을 군말 없이 견뎌내면서 늘어진 근육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백은 "경기감각을 좀더 익히면 올해 중반부터는 천하를 호령할 수 있을 것" 으로 자신한다.

거의 2년간 샅바를 잡지 않았으면서도 기술은 몸에 배어 있어 별문제가 없다고 한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잠자리에 들면 곧바로 곯아떨어진다는 백은 요즘 꽃가마 타는 꿈을 자주 꾼다고 털어놓았다.

1m88㎝.1백38㎏의 타고난 씨름꾼인 백은 몸과 마음이 힘들어질 때마다 힘겨웠던 지난 3년을 떠올린다. 지난 92년 순천상고 1년을 중퇴하고 16세의 어린 나이에 프로씨름계에 진출, 천하장사 3회.백두장사 4회 등 모두 열차례의 장사타이틀을 거머쥔 백은 96년 10월 백두장사에 오른 이후 원인 모를 슬럼프를 겪어야 했다.

게다가 97년말 소속 팀인 청구씨름단마저 해체돼 졸지에 실업자 신세로 전락해 버렸다. 고향인 순천으로 낙향한 뒤 낚시를 하며 혼란한 마음을 추슬렀다.

결국 "씨름으로 시작했으니 씨름으로 끝을 보겠다" 는 결론을 내리고 일단 무릎수술부터 감행했다. 수술 뒤 산행으로 몸을 만들기 시작했고 아버지처럼 모시는 진로 김학용 단장의 부름에 계약금.연봉 한푼도 받지 않고 모래판에 돌아왔다.

춘천 =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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