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529호실 사태' 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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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회 529호 사태' 에 여야 모두가 초강경으로 맞서 정국이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이회창 (李會昌) 한나라당 총재는 4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현정권은 정치사찰 사건에 대해 국민 앞에 무릎꿇고 사과해야 한다" 며 총력투쟁을 다짐했다.

이에 국민회의.자민련은 공조를 확인하고, 엄정한 전면 수사촉구와 함께 야당이 공개한 안기부 문건 일부의 조작 의혹까지 제기하는 등 일대 반격을 가했다.

특히 대야 (對野) 공세 전면에 나선 청와대 박지원 (朴智元) 대변인은 "국회 529호실 난입사건은 국가기밀 불법 탈취사건으로 국기문제" 라 단정하고 "국가기관에서 법에 의거해 철저하고 강도 높고 빠르게 조사를 실시할 것" 이라고 천명했다.

또 안기부는 '안기부 폐지주장에 대한 우리의 입장' 이란 성명을 통해 "李총재의 무책임한 발언에 유감을 표하며 이는 북한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저의를 의심치 않을 수 없다" 고 비판했다.

한편 국회는 5일 이종찬 (李鍾贊) 안기부장이 출석한 가운데 정보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국회는 이어 6, 7일엔 박준규 (朴浚圭) 국회의장이 상임위에서 계류 중인 한.일어업협정 비준안과 1백50여건의 법률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시켜 처리할 예정이어서 여야간 격돌이 예상된다.

◇李총재 기자회견 = 한나라당 李총재는 "김대중 대통령은 정치 사찰행위를 시인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 고 촉구했다.

李총재는 또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모든 정치적.법적 투쟁을 벌여 나가겠다" 며 장외투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박희태 (朴熺太) 원내총무는 의원총회에서 "안기부 아지트가 공개되니까 여권에서는 불법 침입을 내세워 양비 (兩非) 론으로 국민을 호도하려 하고 있다" 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오후 정치사찰대책특위를 열고 일단 47건의 미공개 문건 전체를 5일 공개키로 방침을 정했다.

◇여권 대응 =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양당 합동대책회의를 열어 529호실 강제진입에 간여했다며 李총재를 비롯, 이규택 (李揆澤).나오연 (羅午淵) 의원 등 현장에 있던 49명의 의원.당직자 명단을 공개하고 이들에 대한 수사를 당국에 촉구했다.

또 한나라당이 공개한 안기부 문건 중 '상부접촉 요망' 이란 내용이 담겨 있다는 한나라당측의 주장은 조작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지원 청와대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사태는 한나라당이 정국 돌파용으로 당리당략적 사고에서 만들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며 "국가는 국민에 대한 의무에 따라 법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 이라고 경고했다.

朴대변인은 안기부의 정치인 사찰 논란에 대해선 "사찰이 아니라 정상적인 국가기관에서 통상적인 본연의 업무를 한 것" 이라며 "국민의 정부에선 국회 정보위 열람실에 안기부 연락관으로 근무하던 직원들도 13명에서 2명으로 줄이는 등 사찰을 비롯한 어떤 정치공작도 없음을 분명히 밝혀둔다" 고 말했다.

◇문건 조작시비 =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양당 합동대책회의를 열어 한나라당이 공개한 안기부 문건 중 '상부접촉 요망' 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한나라당측의 주장은 조작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합동대책회의는 또 529호실 강제진입에 간여했다며 李총재를 비롯, 이규택 (李揆澤).나오연 (羅午淵) 의원 등 현장에 있던 49명의 의원.당직자 명단을 공개했다.

◇안기부 성명 = 안기부는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본연의 업무에만 충실해 왔다" 고 밝히고 안기부법 3조1항의 '국외정보 및 국내보안정보 (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 의 수집.작성 및 배포' 등의 규정엔 정보의 범위를 제한하지 않음으로써 국정 전반에 걸친 폭넓은 정보수집을 가능케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홍준표 (洪準杓) 의원은 "이 규정은 94년 안기부법 개정 당시 박상천 (朴相千) 야당 원내총무가 안기부 사찰대상을 한정하기 위해 괄호 안에 다섯가지 항목을 넣은 것" 이라고 반박했다.

전영기.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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