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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의원들, 해외 나가 많이 보고 느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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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여름 휴가철을 맞아 줄줄이 해외로 떠나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의원들이 피감 기관의 돈으로 선심성 외국 여행을 하거나 관광성 외유를 즐기는 데 대한 지적은 줄기차게 제기돼 왔다. 그런데도 새 정치의 구호를 외치며 당선돼 17대 국회에 들어온 의원 중 일부는 여전히 구태를 되풀이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의원들의 해외 여행은 필요하다. 이미 한국도 세계화의 물결을 외면한 채 살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앞선 나라들의 관심은 무엇이고 그들은 나라를 어떻게 꾸려가는지, 또 사회적 갈등 해소 방식은 무엇인지, 경제성장과 복지의 문제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 정부가 외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어떤 파격적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한국을 따라잡고 세계사의 중심에 서기 위해 얼마나 역동적으로 움직이는지 직접 봐야 한다.

초선 의원이 60%를 넘고 외국 여행 경험이 없는 386세대 의원도 적지 않은 17대 국회에선 그 필요성이 절실하다.

다만 해외여행은 하되 보고, 느끼고, 깨닫는 계기로 삼아 국정에 보탬이 되도록 해야 한다. 분명한 목적이 없는 여행은 하지말아야 한다. 현지에서 우리 대사관이나 들볶는 구태도 사라져야 한다. 관광이나 골프 위주로 일정을 짰다면 국민의 혈세로 여름휴가나 즐겼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경비를 지원받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하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피감 대상으로부터 도움을 받고서는 제대로 국회의 기능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 누굴 만나고 무엇을 느꼈는지 의장에게라도 보고서를 내는 성의를 보여라.

의원들의 외국 여행을 무조건 비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태도다. 특히 이 시절의 정치 엘리트들이 우물안 개구리여서는 곤란하다. 다만 전제조건이 있다. 하나라도 제대로 듣고 봐야 한다. 거기서 체득한 산지식을 바탕으로 비전을 제시하고 입법에 앞장선다면 국민은 등떠밀어서라도 의원들을 외국에 보내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