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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흐뭇한 스타들의 자선행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이 겨울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은 아직도 우리에게 이웃사랑의 훈훈한 정이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24일 KBS가 펼친 4시간의 모금캠페인에서 연예인을 비롯한 많은 시민들이 참여한 모습을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프로스포츠 스타들이 앞다퉈 불우이웃돕기에 나섰다는 뉴스는 스포츠인의 한사람으로서 가슴 뿌듯한 것이었다.

'받은 만큼 베풀자' 는 이들의 한 목소리는 팬들의 성원에 보답한다는 뜻이 함축돼 있기도 하지만 고난을 이겨내면서 그 무엇을 성취한 사람들이 갖는 가장 중요한 덕목을 보는 것 같아 더욱 감동적이었다.

스포츠맨의 협동.희생정신이야말로 가장 고귀한 것이기에 이들의 이웃돕기가 보석처럼 빛나는 것이 아닐까. 어느 누구는 귀국하자마자 명동성당을 찾아 소년소녀 가장돕기 성금으로 1억원을 선뜻 내놓았다.

이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또 누구는 지난 여름 수해의연금으로 1억원을 내기도 했고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국민들의 시름을 씻어내는 후련한 보답을 하더니 24일 은평천사원을 찾아 산타클로스역의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어느 지방방송이 마련한 '지금 사랑이 필요합니다' 는 프로에 나와 상품판매 봉사를 한 선수도 있고 '사랑의 3점슛' '사랑의 냉장고' 등 불우이웃돕기 행사에 나선 선수가 하나 둘이 아니다.

농구경기에서 3점슛 하나에 3만원, 자유투 하나에 1만원을 내 백혈병어린이.북한어린이돕기에 앞장서거나 시즌 내내 버디 하나에 일정액의 성금을 내 불우이웃을 도우려는 프로골퍼도 있었다.

세계스타들의 자선운동은 그야말로 슈퍼급이다.

홈런왕 맥과이어는 이번 성탄절에 어린이 보호기금으로 70만달러를 내놓았고, 여자 테니스 스타 안드레아 예거는 이미 1백40만달러를 들여 자선단체를 설립하고 이들의 휴양시설을 짓기 위해 6백만달러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예술인.연예인들의 자선열정도 대단하다.

연말이면 여러 음악인.방송인들이 앞장서서 여는 '사랑의 콘서트' 나 '자선쇼' 를 쉽게 볼 수 있다.

요즘처럼 경제난으로 우울한 시기에 대중의 우상들이 선행에 나서는 것을 보면서 어두운 그림자를 벗겨내는 햇살을 보듯 새로운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대중의 갈채속에 영광의 스타덤에 오른 스타들은 스포츠건 예술이건 저마다의 무대에서 열정과 투혼을 불사르며 국민들의 시름을 씻어주는데 큰 몫을 하고 있지만 이것으로 보답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진정 이들이 받은 국민의 사랑을 사회에 되돌리려 한다면 좀 더 대중의 편에 다가서서 어려움을 함께 나누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미국의 경제공황 시절에 프로야구 스타들이 고통을 이겨내는 위안이 됐고, 2차대전 이후 패망한 독일의 청소년들이 스포츠를 통해 용기를 얻었듯이 지금 우리는 위기극복의 새로운 활력이 필요한 때다.

모름지기 이 시대의 우상들은 승리의 대가로 오는 금전적 이득이나 갖가지 달콤한 혜택에 연연하는 이기적인 마음보다 이웃을 사랑하는 이타적인 자세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두레정신과 나눔의 정신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참모습을 보여주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태영 언론인.KOC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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