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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줄이고 범죄프로 심야시간대로-방송3사 합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한국방송은 '드라마 왕국' 이라는 별명을 떨쳐버리는가. 내년부터 지상파 방송3사 모두 드라마 편수를 줄이기로 결정해 관심이 모인다.

KBS 강대영 방송정책실장, MBC 이긍희 편성실장, SBS 박준영 기획편성본부장 등 방송3사 편성책임자들은 29일 오전 한국방송협회 (회장 박권상) 회의실에서 긴급모임을 갖고 내년부터 드라마 수를 축소하기로 결의했다. 또한 시청자들에게 비과학적 믿음을 조장한 미신관련 프로도 폐지키로 결정했다.

따라서 내년부터 SBS '토요 미스터리극장' .MBC '다큐멘터리 이야기 속으로'. KBS2 '미스터리 추적' 은 자취를 감추게 됐다. 청소년들에게 범죄 모방심리를 불러일으키는 범죄재연 프로 방영시간도 심야로 옮긴다. KBS2 '사건25시' .MBC '경찰청 사람들' 등이다.

가요.오락 프로의 선정.저질성도 개선된다. 방송사측은 출연자의 복장.두발은 물론 노래 가사까지 제한하는 세부규정을 마련키로 했다.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스포츠의 동시중계도 하지 않기로 했다. 월드컵.올림픽도 포함되는 사항이다.

이밖에도 ▶ARS 모금 프로 전화번호를 단일화 (700 - 1212) 해 방송사간 모금경쟁을 지양하며 ▶시청률 경쟁을 자제한다는 차원에서 신문사에 시청률 순위를 게재하지 않도록 협조를 구할 방침이다.

방송3사는 공익성을 강화한 이런 편성방침을 내년 초부터 준비해 내년 봄 개편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예전부터 드라마 축소, 오락 프로 건전화 등이 자주 거론됐지만 이번처럼 방송3사 책임자들이 구체적 프로를 명시하며 상세한 시안을 마련한 것은 이례적 경우.

최근 잇따라 나온 김대중 대통령의 한국방송의 선정.폭력성 지적, 강원용 방송개혁위원장의 '불량식품론' 에 대한 방송계의 첫번째 반응이라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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