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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기 보조금 줄이고 요금 낮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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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비싸다’ ‘싼 편이다’-.

휴대전화 요금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가 단말기 보조금 대신 요금을 깎아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비싼 무선데이터 요금을 내리는 방안도 검토한다. 또 복지요금제·선불요금제를 활성화해 저소득층이나 노인 등 휴대전화를 적게 쓰는 이용자의 요금 부담을 낮출 계획이다.

방통위와 이통업계는 20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이동통신 요금현황 및 향후 정책방안’ 세미나에서 이런 방안들은 논의했다.

◆요금 내려가나=방통위의 전성배 통신이용제도과장은 주제발표에서 “단말기 보조금 지급이나 통신요금 할인의 두 가지 가운데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택하는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하도록 업계에 권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통업계에 요금 인하를 강요하기보다 휴대전화 사용 행태에 따라 통신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더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다. 우선 단말기를 새로 바꾸지 않은 장기 가입자가 요금 할인혜택을 보는 서비스를 선보이려는 것이다.

전 과장은 “자주 휴대전화 단말기를 바꾸는 20~30%의 고객에게 보조금 혜택이 집중되는 문제를 해소하고 대부분의 가입자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또 특정 소비자를 상대로 초저가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는 가상이동망사업자(MVNO)도 국회에서 관련 법이 통과되는 대로 서둘러 선정할 계획이다. 여기에다 선진국에서 저가 상품으로 인기를 끄는 선불요금제의 활성화도 숙제다. 선불요금제의 경우 1998년 국내에 도입됐으나 프리미엄 단말기를 선호하는 소비 특성 탓에 대중화하지 못했다. 전 과장은 “단기적으로 선불요금을 더 내리고, 중·장기적으로 이통사 대신 서비스를 파는 재판매제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소비자시민모임의 윤명 부장은 “소비자들은 요금부담이 과하다고 느낀다”며 “이미 통신 인프라 투자가 거의 완료됐는데도 요금을 내리지 않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하기보다 기본료나 통화료 인하 등 가입자 전체가 혜택을 볼 만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요금 논란은 팽행선=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정보통신정책분과위원회(CISP) 부의장인 한성대 이내찬(경제학) 교수는 “1인당 평균통화량(MOU)과 문자메시지(SMS) 사용량이 많은 국내 현실을 반영하면 한국의 요금 수준은 OECD 회원국 중 중간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소량 이용계층의 이통 요금에서 한국은 30개국 가운데 여섯 번째로 비싼 것으로 조사됐으나, 사용량을 따져 다시 계산하면 14위로 낮아진다는 것이다.

그는 “저소득층에 제공하는 복지요금제나 청소년용 할인요금제 같은 제도가 통계에 반영되지 않은 것도 요금 순위를 실제보다 부풀렸다”고 덧붙였다.

한국리서치의 김혜옥 이사는 “전국의 성인 남녀 800명을 상대로 조사해 봤더니 월평균 5만2000원을 지불하는 이통 서비스에 대한 주관적 효용가치가 평균 8만1000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만큼 요금 대비 만족도가 높았다는 이야기다.

유·무선전화와 초고속인터넷 등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가구당 통신 요금은 2007년을 고비로 줄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김민철 연구위원은 “1분기의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는 2007년보다 3.8% 줄었다”며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10.3% 하락한 셈”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체 소비지출 가운데 통신비 비중도 올 1분기에 5.8%까지 작아졌다. 통신료 비중은 2005년에 6.9%에 달했다.

그런데도 이통 요금이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이 끊이지 않는 건 왜일까. 통신에서 이동통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가구당 통신요금은 줄어드는 반면 이통 요금은 꾸준히 늘었다. 2004년 월평균 7만8000원에서 지난해에는 9만4000원이 됐다. 가구당 가입자가 늘고, 또 가입자마다 더 많이 쓰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통 요금 안에는 음성통화 외에 데이터 사용료 등 부가 요금이 포함되는데 이 또한 사용이 느는 추세다.

김 위원은 “유선전화·초고속인터넷 요금이 뚜렷이 낮아졌지만 이통은 요금 인하보다 사용량 증가 효과가 커 전체 통신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까지 커졌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이통 요금 인하 폭 자체도 경쟁국보다 작았다. 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이통 요금 수준은 2007년보다 14% 내렸지만 OECD 평균 인하율(21.7%)에는 미치지 못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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