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2관왕 럭배대표선수 '짧은 환희,긴 시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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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아시안게임 2관왕의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럭비풋볼 대표선수들은 '비인기종목 선수' 라는 현실로 돌아왔다. 4명의 대학선수가 병역면제 혜택을 받게 됐지만 무작정 기뻐할 처지가 아니다.

야구의 경우 드림팀 멤버 전원을 병역 미필자로 구성할 만큼 '면제'를 따내는 데 연연했지만 럭비는 달랐다. 숙적 일본을 이겨야 한다는 것, 그리고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조금이라도 씻겠다는 것이 전부였다. '면제'를 바라고 사력을 다한 것은 아니었기에 '자격' 을 따내고 보니 설움은 더욱 깊어졌다.

7인제.15인제 모두 일본을 물리치고 정상에 섰지만 귀국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부터 장래 걱정이 앞섰다. 결승전에서 2개의 트라이를 성공시킨 우태일 (단국대) 을 비롯, 김경우 (경희대). 유민욱 (고려대). 곽철웅 (연세대) 등 면제 대상자 4명은 아직 갈 곳이 없다. 받아주겠다는 팀이 없는 것이다.

현재 국내 실업팀은 삼성전관.포코스.한전 등 3개뿐. 이중 한전은 2년째 스카우트를 중단하고 있고 포코스도 신규 스카우트 계획이 없다. 삼성은 선수가 34명이나 돼 더 선발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현재 4학년인 우태일.김경우는 졸업과 동시에 '실직자'로 전락해야 한다는 얘기다.

3학년인 유민욱.곽철웅도 급하기는 마찬가지. 선수생활을 계속하려면 '울며 겨자먹기'로 상무에 자원 입대해야 할 판이다. 럭비인들은 현대.대우 등 대기업의 럭비팀 창단을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각 기업이 '있던 팀도 없애는' 현실 속에서 이런 희망은 메아리 없는 외침일 뿐이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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