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발사 중단] “복합적 결함일 땐 발사 한 달 이상 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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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연기된 나로호의 발사 일정은 어떻게 될까.

교육과학기술부는 당초 19일을 최종 발사일로 발표하면서 당일의 기상 조건에 따라 발사가 연기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예비일을 26일로 잡아 놓았다. 그러나 26일 발사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우선 나로호는 액체연료와 산화제를 배출한 상태다. 이를 다시 충전하려면 연료탱크를 포함한 로켓장비를 건조해야 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시간이 24시간 이상 걸린다.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기술위원회를 구성해 결함 원인을 찾겠다”고 말했다. 자동 발사 시퀀스 시스템 등 결함의 명확한 원인을 찾아낸 다음에야 추후 발사 일정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결함 원인이 복합적일 수 있는 만큼 재발사가 최소한 보름에서 한 달 이상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상목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정책실장도 이날 공식 브리핑에서 “러시아 연구진은 수일 안에 발사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좀 더 철저한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행스러운 건 이번 발사 중지가 카운트다운 과정에서 중단된 만큼 발사 후 폭발이나 우주 궤도 진입 등의 실패 사례와 다르다는 점이다. 문제가 시정되면 재발사를 시도할 수 있다.

교과부는 갑작스러운 문제점 발견으로 중단 혹은 연기되는 사례는 우주 선진국에서도 흔한 일이라고 전했다. 유럽우주국(ESA)의 아리안5호 로켓은 2004년 7월 12일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기술적 문제로 발사가 4일 연기된 뒤 다시 기상 사정과 또 다른 이상 상황으로 총 세 차례 발사 일정이 연기됐다.

인도의 정지궤도위성발사체(GSLV)는 발사 1초 전 간신히 중단된 경우다. GSLV는 2001년 3월 28일 부스터 액체엔진의 오동작을 자동제어시스템에서 감지해 발사 1초 전 중단됐다. GSLV는 2007년 9월 2일에도 발사 카운트다운을 정상적으로 진행하다 발사 15초 전 갑자기 정지됐다. 일본의 H2A 로켓은 2003년 9월 27일 로켓 자세계측장치(관성센서 유닛) 전압변환기의 동작이 불안정해지면서 오신호가 발생해 발사 직전 중단됐다.

과거 위성 발사에 나선 국가들의 첫 발사 성공률은 27.2%로 성공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북한을 제외하고는 옛소련과 미국 등 11개국 가운데 단 세 나라만이 첫 번째 시도에서 발사체를 우주로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위성 발사 실패 원인으로는 추진 시스템 문제(66.2%)가 가장 많았으며 발사체 분리(12.6%), 항공공학적 문제(10.6%), 비행체 구조 결함(4.5%) 등이 뒤를 이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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