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극단 시키(四季) "기다렸다, 한국 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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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 시키(四季)의 연극 ‘햄릿’에는 스타급 배우들이 총출연한다. 한국 공연을 위해 일본 전역의 시키 뮤지컬 공연 일정을 조정해야 할 정도다.

일본의 초대형 극단 시키(四季)의 한국 진출 작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시키는 내년 1월 서울 대학로의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연극 '햄릿'을 올린다. 문예진흥원 관계자는 "이달부터 올 연말까지 극장 내부 리모델링 작업을 하고 있다"며 "내년 초 재개관 행사에서 시키의 '햄릿'을 2주 정도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키의 국내 공연은 1994년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이후 처음이다.

11년 만에 이뤄지는 시키의 이번 공연은 여러가지 면에서 시사점이 많다. 시키는 현재 서울 잠실에 뮤지컬 전용극장을 건립하기로 하고 설계작업 중이다. 공연 관계자들은 대학로 공연의 의미에 대해 "전용극장 건립에 앞서 작품으로 먼저 국내 관객을 만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본지 7월 27일자 2면, 29일자 3면>

94년만 해도 시키는 '시장'보다 '명분'을 중시했다. 당시 국내 관계자들은 시키의 첫 내한 공연인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공연장으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제의했다. 국내 최고의 시설이었지만 시키는 고개를 저었다. 대신 남산의 국립극장을 골랐다. '국립'이란 상징성을 택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한국 공연시장은 규모가 작아 굳이 시장성에 주목할 필요가 없었다는 의미도 된다.

10년 사이에 국내 공연시장은 급성장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산업화에 접어든 공연예술'(2003)이란 보고서는 "국내 공연시장은 95년 이후 매년 16%씩 성장, 2002년에 1400억원대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이미 산업화의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시키의 이번 공연장은 대학로. 지극히 상업적인 공간이다. 시키가 '명분'에서 '시장'으로 눈을 돌렸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시키의 궁극적인 목표물은 중국 시장"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뮤지컬 시장은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 그래서 시키에게 한국 시장은 대륙으로 나가는 일종의 교두보이자 시험무대다. 50년 동안 쌓아온 무대 노하우와 경쟁지향적인 배우 관리 시스템, 치밀한 마케팅 기법과 수년씩 이어지는 장기공연 비결 등은 시키만의 장점.

68년에 초연됐던 시키의 연극 '햄릿'은 대담하고 아름다운 무대 미술로 정평이 난 작품이다.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컴퍼니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존 베리가 무대를 꾸몄고, 시키의 아사리 게이타 회장이 직접 연출했다. 지금도 이시마루 간지와 노무라 료코 등 시키의 스타급 배우들이 총출연하는 대표작으로 꼽힌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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