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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화제]그림이 곁들여진 작가들의 옛편지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화가들이 지인 (知人) 과 주고받았던 편지, 크리스마스 카드, 연하장…. 여기엔 으레 부담없이 그려넣은 그림이 곁들여지게 마련이다.

무람없는 벗에게 정색하지 않고 보낸 것이라서인지 기발한 내용도 많고, 작가들의 사사로운 일면도 엿볼 수 있는게 특징이다.

그로리치 화랑 (02 - 720 - 5907) 이 20일까지 마련하는 '그림이 곁들여진 작가들의 옛 편지전' 에선 유명 화가들의 이러한 '사이드워크' (sidework) 를 만나볼 수 있다.

박수근.박생광.김환기.이응노.김기창.남 관.최영림.문 신.이서지.한봉덕.천경자.변종하.김형근.허 건 등 작고.현존 유명작가의 작품 50여 점. 수화 김환기가 한국전쟁으로 피난살이를 하던 때 친구 설초 이종우에게 "말이 달리는 산협 시끄럽고 네굽 또드락소리 내 마산에 간다" 고 써보낸 꽃그림에는 수화 자신의 얼굴이 익살맞게 그려져 있다.

여기에 이종우는 '수화진필 (樹話眞筆)' 이라고 쓰고 자신의 낙관을 찍어 보관했다.

미 8군에서 초상화를 그려 박완서 소설 '나목' 의 모델이 되기도 했던 박수근이 자신의 그림을 주로 사던 외국인에게 보낸 성탄카드도 있다.

영어를 몰라 철자를 베끼다 틀린 자국이 남아 있다.

이북에 있는 큰아들을 그리는 애달픔이 배어난 이응노의 그림, "홍매 (紅梅)가 피었으니 술이나 한잔 하며 정담이나 나누자" 는 홍석창의 매화도, 노트를 북 뜯어 그린 이만익과 오승윤의 작품 등도 눈에 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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