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 터널 차가 안 다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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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오후 7시30분쯤 서울 서초동 우면산 터널 입구. 퇴근 시간대인데도 통행 차량이 거의 없다. 변선구 기자

서울 우면산 터널이 개통된 지 일곱달이 지났지만 통행량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아 예산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민자사업으로 1835억원을 들여 지난 1월 6일 개통한 우면산 터널은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과 우면동 선암IC를 연결하므로 강남대로.동작대로의 우회로로 인기를 모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개통 첫달 1만1412대였던 하루 통행량은 좀처럼 늘어날 기미를 안 보여 지난달에도 1만3940대에 불과했다. 하루 통행량이 5만대를 넘을 것이라는 서울시의 당초 예상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평일 출퇴근 시간대(오전 8~9시.오후 6~7시)의 시간당 통행량도 최대 1100대에 불과해 서울시의 교통 수요 예측이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터널 운영자인 우면산개발㈜은 이처럼 통행량이 적은 원인을 통행료가 비싸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우면산 터널은 평일은 물론 휴일에도 24시간 내내 2000원의 통행료를 받고 있다. 남산 1.3호 터널처럼 혼잡통행료를 받는 것이 아니어서 자율요일제 참여 차량이나 3인 이상 탑승차량도 무료 통행 혜택을 받지 못한다. 따라서 심야 시간 및 공휴일에도 고스란히 2000원씩 내야 한다. 다만 유류법상 할인 혜택을 주도록 돼 있는 경승용차만 1000원을 깎아 준다. 우면산개발㈜ 관계자는 "현재 통행료를 계속 받아서는 통행량이 늘기 어려워 통행료를 내려야 하는데도 서초구가 반포로 혼잡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통행량이 예상보다 크게 적어 서울시는 올해에만 우면산개발㈜에 230억원의 손실금을 보전해줘야 할 처지다. 터널 건설 당시 민자를 유치하면서 19년간 터널 운영권을 주지만 통행량이 예상치(5만여대)의 90%를 밑돌 경우 손실 부분을 보전해 주기로 계약했기 때문이다. 우면산개발㈜은 서울시 투자기관인 SH공사와 두산중공업(당시 한국중공업).두산건설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만든 회사다.

서울시의회 유재운 건설위원장은 "서울시가 제대로 통행량을 예측하지 못해 아까운 시민의 세금을 축내게 됐다"며 "이런 식으로 민자를 유치할 바엔 차라리 서울시가 예산을 들여 사업을 추진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병철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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