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오발 사고당시 민간기 4대 인천상공 비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나이키 미사일 오발사고가 날 당시 인천 상공에는 4대 이상의 민간항공기가 운항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돼 하마터면 대형 항공사고로까지 연결될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건설교통부와 서울지방항공청에 따르면 오발사고 시간을 전후해 서울발 속초행 대한항공 1705편 항공기는 사고지점에서 불과 10㎞ 거리에서 고도 2천1백33m로 비행하고 있었다.

또 서울발 제주행 대한항공 1213편은 13㎞ 떨어진 지점에서 고도 4천4백50m로 날고 있었다.

이와 함께 모스크바발 서울행 아에로플로트 항공 977편은 사고지점으로부터 22㎞ 떨어진 곳에서 김포공항으로 접근 중이었다.

더욱이 이날 오전 김포공항에서는 모든 항공기가 북서풍의 영향으로 강화 방향으로 이륙, 인천 상공을 지나는 항로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나 사고 위험이 특히 컸다.

국방부는 4일 오전 갑작스런 미사일 오발사고가 발생하자 상황파악에 전전긍긍하는 모습. 공군 상황실은 이날 오전 10시35분쯤 미사일 오발 직후 국방대학원 안보과정 졸업식에 가있던 천용택 (千容宅) 국방장관에게 연락, 긴급 확인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1차보고 때와는 달리 오후들어 현지에서 계속 차량이나 민간인 피해상황이 접수돼 올라오자 더욱 당황하는 모습.

한편 방공포대에서 "미사일 발사단추를 누르지 않았다" 는 주장을 제기하자 일부 관계자들은 파문을 진화시키려는 듯 "나이키 미사일은 미국에서도 65년 넘겨받은 노후한 무기로 현재 대체 미사일을 개발중" 이라며 장비 노후로 인한 사고원인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병무비리에다, 방위력 개선사업의 문제점까지 지적받고, 동.서해로 잠수정과 간첩선까지 침투했는데 공군에서까지 오발사고가 났다" 며 울상. 다른 국방부 관계자는 "千장관이 전날 대북 경계태세 강화를 강조하며 군기확립을 지시했는데 곧바로 사고가 났다" 며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 며 한숨.

○…나이키 미사일은 千장관이 최근 국회에서 곤욕을 치렀던 무기. 지난주 국회 예결위에서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나이키 미사일 방공포대가 현재 몇곳인지 아느냐" 는 질문에 千장관이 제대로 대답을 못한 것.

채병건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