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미사일 오발 인천 상공서 폭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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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4일 오전 10시35분 인천시연수구동춘동 산53에 위치한 공군 방공포 사령부 방공 (防空) 포대에서 나이키 허큘리스 지대공 (地對空) 미사일 1기 (基)가 잘못 발사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미사일에는 실제 탄두가 장착돼 있었으며, 폭발시 1㎠ 파편 2만개로 반경 1백40m를 초토화할 수 있는 위력을 갖고 있다.

미사일은 다행히 자동폭파장치에 의해 발사 3초만에 부대에서 북서쪽으로 3.5㎞ 떨어진 송도앞 매립지 3백m 공중에서 폭발, 대형참사를 면했다.

그러나 미사일이 폭발하면서 발생한 파편이 반경 5㎞ 지상으로 흩어져 주민 6명이 다치고 차량 1백10여대와 가옥 17채가 파손됐다.

군은 일단 사고원인을 '미사일 발사장치의 전자회로 이상' 으로 파악하고 자세한 사고경위를 조사 중이다.

그러나 발사 원인과 관련, 한 정통한 소식통은 "미사일 발사전 북한 비행기가 전술통제선을 넘은 것이 우리측 레이더에 포착돼 이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미사일이 발사됐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측은 "미사일 발사 40분전에 북한 비행기가 전술통제선을 넘은 것은 사실이지만 미사일 발사와는 무관하다" 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북한 비행기가 이륙, 가상경계선인 전술통제선을 넘은 것이 우리측 레이더에 포착되면 우리 공군은 일단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대응체제를 구축한다.

나이키 미사일은 82년 전남지역에서 조작실수로 발사돼 자동폭발된 적이 있으나 그 외에는 국내외에서 오발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

◇사고 상황 = 인천지역과 서해안 일부 방공망을 책임지고 있는 이 부대에는 8기의 나이키 미사일이 서해안 방면과 휴전선지역을 향해 배치돼 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통제훈련을 하던 중 통제소 부대장 (소령) 의 지시로 2㎞ 떨어진 발사대의 병사가 발사준비 '연습 스위치' 를 눌렀다.

그 순간 회로 이상으로 실제 발사 스위치가 작동하면서 미사일이 날아갔다는 것.

이 미사일은 무선 유도통제를 받지못할 경우 3초내에 자동 폭발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에 앞서 북한 전투기 대가 우리측이 설정한 대북 방공경계선인 전술통제선을 넘는 것이 포착돼 군 당국이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사고 원인과 문제점 = 공군은 1차 조사 결과에서 "회로상 문제점이 발생, 발사명령 회로가 작동돼 미사일이 발사된 것" 이라며 "관련 사병의 장비조작 미숙이나 실수로 인한 것은 아니다" 고 설명했다.

공군 관계자는 65년 미군으로부터 인수한 문제의 미사일이 배치된 지 30년이 지난 노후 (老朽) 기종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군사전문가들은 그동안 나이키 허큘리스 개량사업 (PIP) 을 통해 수명 연장이 이뤄져 노후화에 따른 결함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장비 자체의 결함보다 정비.운용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통상적인 훈련과 달리 점화 케이블을 발사대에 연결했고, 일반적인 훈련때 띄우는 모의표적 항공기도 띄우지 않았다는 점에서 북한 항공기에 대한 대응 중 오발사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 전투기가 전술통제선을 넘은 사실이 해당 방공포대에는 전달되지 않았다" 고 밝혀 북한 비행기의 이륙과 미사일발사는 무관함을 강조했다.

◇피해 상황 = 동춘동 고물상에서 일하던 朴재수 (44) 씨 등 주민 6명이 머리.손에 상처를 입고 인천적십자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또 인근 주택가 유리창 수십여장이 깨졌으며 주민과 주행중인 차량이 폭발음에 놀라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영종.채병건 기자, 인천 =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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