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유럽 23국 고교생 사상 첫 '화상미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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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하우 두 유 두" "구텐 탁" - . 2일 오후 6시, 서울 대원외국어고 (교장 李鍾英) 방송실. 학생 10여명이 컴퓨터 앞에 모여 화면으로 보이는 외국학생들과 영어.독일어 등 외국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학생들은 번갈아 마이크와 컴퓨터 키보드를 잡고 외국 학생들과 인사말에 이어 자기소개.학교소개.날씨이야기 등으로 자연스럽게 화제를 바꾸어 나갔다.

한 남학생이 이탈리아 여고생에게 "얼굴이 참 예쁜데 언제 한 번 만났으면 좋겠다" 고 하자 그 여학생도 "좋다" 고 응답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학생들의 '국제미팅' 은 3시간이 넘도록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 (ASEM) 회원국 간의 국제인터넷교실 (Asia Europe Classroom) 이 개통돼 시험가동에 들어가면서 시범학교인 대원외고와 이탈리아.덴마크.핀란드.중국 등 4개국 고교생들간에 이루어진 대면식.인터넷교실은 인터넷을 통해 외국의 학생과 대화를 나누고 각국 교사들이 진행하는 강의를 듣기도 하는 '사이버 국제학교' .ASEM 산하기관인 아시아.유럽재단 (ASEF) 이 지난 5월 코펜하겐 회의에서 제안해 개설됐다.

ASEF의 우리측 대표인 오재희 (吳在熙.66.전 주영및 주일 대사) 이사는 "아시아와 유럽이 21세기의 파트너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상호 이해와 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언제든지 접촉이 가능하도록 인터넷교실을 만들었다" 고 설명했다.

인터넷 교실은 23개 회원국의 고교생이면 누구나 수강이 가능하다.

ASEF 사이트 (http://www.asef.org/aec)에 들어가 회원가입란에 인적사항 등을 기재하는 것으로 입학절차는 끝난다.

아직은 시험단계라 학생과 교사들이 참여하는 대화방 수준이지만 조만간 '마이 홈타운' '마이 스쿨' 등 지역.학교를 소개하는 방과 각 학교의 특화과목을 강의하는 공개강의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설될 예정이다.

즉 우리나라 학생들도 집이나 학교에서 이탈리아 패션전문고교의 패션강의나 중국의 문학강의 등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된다.

국제인터넷교실은 99년 3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ASEM 외무장관 회의에 앞서 회원국 학생들이 자기 나라와 학교 등을 소개하는 내용을 담은 비디오와 사진 전시회를 가질 예정이다.

오문석 (吳文碩.17.대원외고 독일어2) 군은 "언제라도 대화를 할 수 있는 외국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는 것이 기쁘다" 며 "각국의 고유한 문화 등을 접할 수 있을 외국 고교 교사들의 강의도 기다려진다" 고 말했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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