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햇빛 쏟아지던 날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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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추억' 의 가장 큰 특징은 그것이 철저하게 개인적이라는 것. 추억을 공유하더라도 타인의 그것과 '같은' 것이 되기 어려운 데엔 각자 내면의 욕망이 그 기억을 변조시키는데 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홍콩 합작인 '햇빛 쏟아지던 날들' 은 한 개인의 추억에 대한 미묘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포착해낸 작품이다.

문화혁명이 막 끝난 시기 작은 마을의 열여섯살 소년 마소군 (하우) 이 앓는 수줍은 첫사랑, 건달패들과의 어울림 등 개인의 사소한 경험과 문화혁명과 같은 역사의 흔적이 따스하고 몽환적인 조명에 의해 재현된다.

'붉은수수밭' '부용진' 에서 주연한 지앙원의 감독 데뷔작. 감독은 자유롭지 않았던 과거의 욕망을 마치 사실인양 추억하는 주인공의 혼돈을 잔잔하게 포착해냈다.

자칫 시시할만큼 잔잔한 스토리, 그러나 따스한 여운. 5일 개봉.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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