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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해요- 3단 논법 말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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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훈(10·서울 역삼초4)군은 학급 반장이다. 학기초 직접 만든 연설문을 바탕으로 당당하게 당선됐지만 막상 반장이 되자 발표할 일이 더 많아졌다. 김군은 “반 친구들이 싫어하는 일을 설득해야 할 때도 있다”며 “아이들 앞에서 조리있게 말할 수 있는 발표 기술을 연습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진주 SBS 아나운서가 김군이 엄마와 함께 집에서 다양하게 할 수 있는 말하기 놀이를 알려줬다.


주장 → 근거 → 예시 3단계 말하기 습관화
초등 6학년 국어 교과서에는 주장과 근거를 활용해 말하는 단원이 등장한다. 저학년 때 미리 연습해두지 않으면 고학년이 돼 체득하기 어렵고 자신감도 잃기 쉽다. 장 아나운서는 “가족앞에서 말을 잘해도 타인 앞에 서면 꿀먹은 벙어리가 되는 아이가 많다”며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연습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약간의 연습만 하면 가정에서도 아이가 ‘주장-근거-예시’ 말하기를 습관화할 수 있다. 아이가 무심코 ‘어떤 것이 좋다’고 표현하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왜? 그게 좋은 이유가 뭔데?’라고 질문한다. 이후 주장과 근거를 이어서 한번에 말해보도록 유도한다.

발표연습을 처음 시작하는 아이에게는 질문을 통해 말할거리를 계속 이끌어내 주는 것도 방법이다. 아이가 직접 겪었던 일 중에서 말하고 싶은 주제를 하나 정하게 한 뒤, 주제에 대해‘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를 질문한다. 말미에 아이가 느낀 점을 곁들여 전체를 발표하게 하면 1분간 혼자서도 발표할 이야깃거리가 생긴다. 장 아나운서는 “직접 경험한 일이기 때문에,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내야 하는지 배우기만 하면 혼자서도 말을 잘 할 수있다”며 “1분 말하기가 성공하면 2분, 3분으로 시간을 점점 늘려보라”고 권했다.

‘도돌이 발표’로 내용 → 태도 교정
김군의 어머니 김상기(44)씨는 “유훈이가 4학년 올라와 사용하는 어휘가 늘고 문장이 길어 지면서, 말이 빨라지고 발음이 흐려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장 아나운서는 ‘도돌이 발표’ 놀이를 추천했다. 먼저 아이가 서서 자유주제로 약 1분간 말하게 한다. 발표가 끝나면 주제에 대한 예시나 설명 등 발표 내용에 대해 보완할 점을 지적하고 다시 한번 동일한 주제로 발표하게 한다. 두번 째 발표 때는 시선처리·손놀림 등 태도를 지적하고 다시한번 반복한다. 장 아나운서는 “첫 반복 때는 내용보완을, 두번째 반복때는 태도를 교정하라”며“한번에 한가지씩 신경쓰며 말하면 반복할수록 아이의 발표가 좋아진다”고 말했다.

김군처럼 학급 친구들 앞에서 즉흥적으로 발표할 일이 많은 경우,‘찰리 채플린 놀이’도 효과적이다. 가족이 모여 각자 쪽지에 한 가지 주제를 적는다. 적은 쪽지를 한데 모아 섞은 뒤제비뽑기를 해 한 사람씩 쪽지에 적힌 주제로 1분 동안 말한다. 아이 뿐 아니라 가족이 돌아가며 발표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른 사람이 즉흥적으로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배워야 할 점과 하지 말아야 할 점을 깨닫게 되기 때문. 아이의 차례가 돌아왔을 때 자신이 느낀 점을 바로 활용해 말해볼 수 있다. 장 아나운서는 “타인에 대한 관찰력과 그 자리에서 바로 생각하는 즉흥적 사고력을 함께 키울 수 있다”며 “상대방이 말하는 도중에 아이가 끼어드는 습관을 바로잡기에도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정에서 말하기는 아이는 자연스럽게 놀이처럼, 엄마는 미리 준비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핵심”이라며 “생활 속에서 혼자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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