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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한번 안가고 전교 1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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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1등 따라잡기 ⑥신영재 - 선덕고 2학년

과외나 학원에 단 한번도 발을 들여놓지 않고 전교1등을 할 수 있을까. 학생과 부모들에게 물어보면 당장 ‘꿈 깨’라는 소리가 돌아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꿈같은 일을 현실로 만드는 학생이 있다. 선덕고 1등 신영재 군이다.


“학원 유혹? 당연히 있었죠. 하지만 학원에 가지 않고도 서울대에 합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1학기 내신 종합 전교 3등, 6월 모의고사 교내 1등. 신영재군의 성적표다. 신군은 철(?)없던 중2 여름방학 때 딱 1주일 다닌 것을 제외하고는 학원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과외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면서 어떻게 그런 성적이 가능한지 의아해 하는 시선에 단호하게 선을 긋는다. “학원은 나를 학생으로 보지않았다”며 “단기적인 성적 올리기에 급급해 장기적으로 나에게 도움 되는 공부를 가르치지 못했다”라고….

수학, 무식하게 공부하기
신군은 요즘 수학 공부에 몰입하고 있다. 수학과목의 1학기 내신 평균점수가 87점에 머물렀기 때문. 선덕고 입학 당시 주요과목 평균 점수가 전교 47위에 머물렀던 것도 바로 수학 때문이었다. 신군은 “고교에 진학했는데 인수분해조차도 못하는 내 자신을 보고 참 한심스럽다는 생각을 했다”며 “혼자 공부해온 터라 중3 때 선행학습을 하지 못한 탓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요즘 들어서야 비로소 수학에 눈이 트여 재밌어지기 시작했단다.신군의 수학 ‘스스로 학습’의 비결은 수학의 정석. 그는 “수학의 정석 책 속의 전체 단원 수를 따져보니 108과인데 이 모든 단원을 수능 전까지 3번 반복해 공부하기로 했다”며“처음에는 풀이방식을 모두 베껴쓰며 외우는 식으로 하다가 요즘에는 풀이 전에 먼저 머리로 그 방식을 찬찬히 고민해 본 후 문제풀이에 들어간다”고 비법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학습 스타일을 한마디로 ‘무식하다’고 표현한다. 수학적 머리가 떨어진다는 판단, 무식하게(?) 풀이방식까지 모두 외워버린다는 것. 자신만의 수학 공부를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나면서 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느낀다는 신군은 “지금도 계속해서 방식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며 “계산에 많이 약했는데 풀이방식을 고민하고 그 과정을 알아가는게 즐거워졌다면 이제 된 거다”라고 평가했다.

신군은 어렸을 때부터 문과 계열 공부에 강했다. 책을 많이 읽은 덕분이었다. 6살 터울인 친형이 읽던 책을 그대로 따라 읽기 시작한 것이 초4년 때부터다. 그 즈음 읽었던 책 중 기억에 남는 책이 ‘소피의 세계’‘연금술사’ 등이다. 철학적 메시지로 가득한 이 책들을 당시엔 의미조차 제대로 알 수 없었지만 왠지 마음에 끌려 읽었단다. 그 후로 중학교까지 꾸준히 독서를 해오다 중2때 컴퓨터 게임에 빠졌다. 친구들이 모두 학원에 간 사이 집에서 혼자 공부하다보니 게임의 유혹에 쉽게 넘어간 것. 하지만 게임의 수렁에서 벗어나게 해 준 것도 다름 아닌 독서였다.

수학에서 뒤처진 점수를 국어, 영어 등 어·문학 계열 과목에서 만회하는 것도 독서 덕이다. 신군 자신도 “모든 과목에서 배경지식과 독해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독서만큼 좋은 공부법은 없다”고 강조한다.

영어, 나만의 단어장 만들기부터 시작
보통 학생들이 수학 못지않게 학원의 도움을 많이 받는 과목이 영어다. 그런데 학원 한번 다니지 않고도 영어를 잘하는 신군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고교 첫 단어시험에서 채점할 때 보니 그야말로 비가 내리더라”며 처음부터 영어를 잘 한 건 아니라고 털어놓았다. 영어공부는 ‘단어 외우기’부터 시작했다. 신군은 “영어의 네 영역이 골고루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어휘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아무리 공부해도 좋은 점수를 얻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우선 손바닥보다 큰 나만의 단어장을 만든다. 그리고 또 무식하게 외우는게 방법. 쉬는 시간, 자율학습 시간 할 것 없이 만족할 때까지 단어를 외우다 보면 문장이 보인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언젠가 들은‘양이 임계치를 넘으면 질이 된다’는 말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 듣기 시험을 위해서는 등교할 때 EBS 방송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들었다. 신군은 주위의 예상과 달리 이과계열을 선택했다. 수학 성적만 더 끌어올리면 다른 친구들보다 국어·영어를 잘하기 때문에 비교우위에 설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서서히 실현해 나가고 있다. 목표도 서울대 컴퓨터 공학과로 정했다.

공부는 ‘기술’이 아닌 ‘철학’이라고 강조하는 신군은 “공부를 왜 하는지 알아야 제대로 할 수 있고, 성적도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사진설명]
중2 여름방학 단 2주를 제외하곤 학원 문턱조차 밟아보지 않았다는 신영재군. 학원 도움 없이 서울대 합격을 보여주겠다는 각오가 당차다.

< 김지혁 mytfact@joongang.co.kr >

< 사진=김진원 기자 jwbest7@joongang.co.kr >


신군을 분석해보니…
예민하게 반응하는 습성 고쳤으면
신군은 자신이 정한 목표와 계획을 이루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 당장의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앞으로 잘 해낼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실수를 통해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는 자세가 강점이다. 하지만 주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우울, 짜증 등 정서적인 어려움이나 고통이 있을 때 스스로에게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 지 관찰이 필요하다. 그리고 되도록 정해진 장소에서 공부하고 방해될 만한 물건들은 아예 보이지 않게 정리하는 것이 좋다.

퓨처북 전종희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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