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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법원 영장기각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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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법원과 검찰이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놓고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검찰이 청구한 주요 범죄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잇따라 법원에서 기각되면서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검사(170여명)들이 청구하는 구속영장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 2명이 모두 처리하고 있다. 검찰 일각에선 영장전담판사들이 영장을 기각할 경우 검사가 고등법원 등 상급 법원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준항고)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줄줄이 기각=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지난달 23일에 이어 지난 5일 히로뽕 5g을 밀매한 혐의 등으로 폭력조직 S파 두목 출신 홍모(61)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도주하거나 증거를 없앨 우려가 없다"는 이유였다. 히로뽕 5g은 한 사람이 167차례 투약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양이다.

더욱이 강남의 대형 룸살롱 사장인 홍씨가 업소 종업원 등에게 히로뽕을 유통시켰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기각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또 특수부가 중소 건설업체로부터 뇌물 1000만원을 받은 서울시의 한 구청 공무원에 대해 청구했던 구속영장도 두차례 기각됐다. "법원의 체포영장을 받지 않고 먼저 긴급체포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 기각 사유였다.

형사부가 지난달 말 10억원대 배임 혐의로 이모 변호사, 골재채취업체로부터 3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공기업 전 사장 이모씨 등에 대해 각각 청구한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검사들은 "수긍할 수 없는 이유로 기각하는 사례가 잦아져 수사에 방해를 받고 있다"며 "법원과 사이가 나빠질까봐 공개적으로 문제삼지도 못하고 속앓이만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법조비리 수사가 원인?=검찰 내부에선 변호사 22명을 적발한 최근의 법조비리 수사가 잇따른 구속영장 기각의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당시 서울중앙지검에 적발된 비리 변호사는 법원 출신이 6명인데 비해 검찰 출신은 3명에 그쳤다"면서 "검사 출신보다 판사 출신 변호사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점에 법원 측이 불쾌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검찰의 법조비리 수사를 전후해 특수.강력.형사부의 영장이 기각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게 일부 검사들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피의자 인권보호를 위해 불구속 수사, 불구속 재판을 확대하고 공판중심주의의 확립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이충상 영장전담판사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 있는 사안은 가급적 불구속으로 하자는 게 우리 원칙"이라면서 "검사들이 자신들이 청구한 영장을 법원이 무조건 다 발부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조강수.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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