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홀 규모 골프장 전남 해남에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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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건설을 쉽게 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헌재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6일 기자 간담회에서 "전라남도가 해남에 건설을 추진 중인 대규모 골프 휴양단지의 조기 착공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베이징 올림픽과 상하이 세계박람회에 찾아온 관광객을 끌어들이려면 2010년 전에는 이 골프장을 완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남 골프장은 세계 최대 규모로 건설 중인 중국의 미션힐스 클럽(180홀)에 버금가는 108홀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달 이 골프장 건설을 포함한 서남해안 관광벨트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이 부총리는 또 "현재 건설 중이거나 업계에서 건설을 추진 중인 250여개 골프장에 무엇을 해 줄 수 있을지를 총리실을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시간이 많이 걸리는 만큼 몇개만 우선 선정해(건설허가와 관련 규제 철폐 등이 가능한지를) 조기에 확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목장 등으로 쓰이는 초지(草地)에 골프장을 건설하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생긴 지 25년이 넘은 초지나 제 기능을 못하는 초지를 골프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전국의 초지 4만6000㏊ 가운데 40%가 제주도에 몰려 있다.

골프장 건설은 건설업과 서비스업에 파급효과가 크다. 상반기에만 건설 수주가 9조원이나 줄어드는 등 건설경기가 급랭하고 있기 때문에 골프장 공사는 건설업계에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또 정부는 250개 골프장을 추가로 지으면 최소 5만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로 나가는 고소득층의 소비를 국내로 끌어들이려는 계산도 있다. 이승우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매년 50만명이 해외 골프여행을 떠나 골프장 10개를 지을 수 있는 5000억~6000억원을 소비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들의 소비를 국내로 돌리기 위해서라도 골프장 건설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골프장 건설에 매달리는 것은 단순히 골프장을 몇개 더 짓자는 것만은 아니다. 골프장은 각종 규제의 집합체다. 골프장 하나를 지으려면 문화관광부와 환경부.지방자치단체 등이 관장하는 각종 규제 때문에 허가를 받는 데만 몇년씩 걸리기 일쑤다. 정부 관계자는 "골프장 관련 규제를 간편하게 하는 것은 다른 규제를 고치는 데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골프장 허가를 담당하는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현재 179개 골프장이 운영 중이며 68개 골프장이 건설 중이다. 허가를 받았으나 미처 착공하지 못한 골프장은 15곳이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108곳으로 가장 많고 제주.강원 순으로 골프장이 많다.

배종신 문광부 차관은 "골프장 건설은 기본적으로 민간이 해야 할 일이지만 골프장 건설을 늘리자는 주장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주5일 근무제에 따라 여가 시간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골프장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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