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수씨,궁궐등 고건축 소개 '우리 옛 건축…'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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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건축에 담긴 표정 읽기. 그것은 곧 삶을 훑어내는 작업이다.

건축물의 안팎으로 사람이 살고 자연이 서는 까닭에…. 건축가 유경수(37)씨는 현대건축을 제대로 알려면 우리 것부터 알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6년에 걸쳐 사진기를 들고 궁궐.성곽.사찰.서원.살림집 등 우리 건축물들을 찾아다녔다.

그러면서 우리 건축의 공간 구성과 환경과의 조화에 관심을 가지고 건축물의 구석구석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 결과물로 나온 '우리 옛 건축에 담긴 표정들'(대원사.1만5천원)은 고건축이 가진 '느낌'들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류씨는 그가 답사한 곳 중 창덕궁 내에 자리한 낙선재를 가장 한국적인 건축물로 꼽는다.

그 구성은 간단하지만 본채 뒤의 야트막한 야산을 이용해 만든 화단, 조경과 하나가 된 건축물, 그리고 담장 밖의 자연과 구분해 담장 안에 자연을 꾸몄는데도 인공의 냄새를 풍기지 않고 건축과 한 몸처럼 완벽한 조화를 이룬 점을 높이 산다.

이것이 한국인이 지향했던 자연관과 건축관이라는 것. 한국의 누(樓)는 공간의 생명력을 극대화시킨 건축물이라 본다.

누는 기둥과 지붕.바닥이 있을 뿐 벽과 문이 없다. 이런 이유로 자리는 차지하되 사방으로 트여 건축물이 없는 것과 똑같다는 것. 건축이 자연으로 동화된 경우다.

그는 이 같은 건축가의 식견을 앞에 두고 건축물들의 요모조모를 사진으로 담아내 고스란히 그 느낌을 전하고 있다.

이 책에 담긴 건축의 표정들만 6백여장. 경복궁.창경궁 등의 궁궐을 비롯, 남한산성과 수원성, 부석사.불국사 그리고 병산.도산서원까지. 거기다 소박한 살림집도 빼놓지 않았다.

이 책의 사진들은 진입순서대로 배열됐다. 마치 답사의 맛이 나도록. 또 건축물의 전경보다 건축한 이의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부분을 강조해 우리 건축의 새로운 맛을 알도록 해준다.

특히 사진마다 건축의 핵심을 집어주는 저자의 설명은 이 책이 가진 매력중 하나. 류씨는 옛 건축 답사를 마치고 지금은 현대건축을 답사 중이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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