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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내년 문화지구 지정…화랑등 지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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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인사동이 문화지구로 지정돼 명실상부한 '서울 속의 한국' 으로 다시 꾸며진다.

◇ 문화지구 지정 = 서울시는 내년중으로 '인사동문화지구 보존.육성을 위한 조례' 를 제정, 인사동을 문화지구로 지정할 계획이다.

시가 이같이 적극적인 문화시설지원에 나서기로 한 것은 경기침체로 화랑.고서화점 등 문화관련 업소가 잇따라 문을 닫는 대신 술집 등 유흥업소가 늘고 있어 자칫 잘못하다가는 '문화의 거리' 대신 유흥가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문화지구로 지정되면 해당 문화업소에 대해 각종 감세 혜택이 주어진다.

시는 우선 시세인 취득세.등록세를 25%씩 감면해 주고 구세인 재산세.종토세도 줄여줄 것을 종로구와 협의키로 했다.

시는 또 문화관련 건물 건축시 토지이용이 최대한 가능하도록 용적률을 높여줄 방침이다.

이렇게 될 경우 자연스럽게 문화업소가 늘어 인사동이 명실상부한 문화의 거리로 되살아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인사동 거리에 있는 업소 8백8곳중 문화업소는 62%인 5백6곳밖에 안되며 그나마 그 비율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 전통가옥 매입 = 시는 비교적 전통가옥 형태가 보존된 경인미술관 오른편 (경운동66의7) 민익두 집 (家) 을 매입해 전통문화관으로 활용키로 했다.

지난 30년대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집은 화신백화점을 설계한 박길룡 (朴吉龍) 의 작품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한국주택사의 변천을 알 수 있는 서울시 민속자료 제15호다.

건평 51평.대지 2백44평으로 팔작지붕에 기둥을 흘리고 변소.목욕탕을 내부에 설계해 개량 한옥의 초창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민속자료로 지정만 된 채 수년째 사람이 살지 않아 기둥이 썩어 들어가고 마당에 건축폐기물이 쌓여 있는 등 관리가 엉망인 상태다.

시는 내년에 이 집을 매입해 보수한 뒤 다양한 골동품을 전시하는 등 볼거리를 제공키로 했다.

2003년까지의 예산만 23억원. 또 15억원의 예산으로 집앞 1백27평 크기의 주차장도 매입, 전통놀이마당을 조성해 각종 민속공연은 물론 서화 경매, 골동품 가격 매김 등의 행사를 치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막힘 없는 거리조성 = 시는 내년에 5억원을 들여 인사동길 동편에 있는 경인미술관.산촌식당.동문당 골목길 등 막힌 골목 부지 3곳을 매입하고 보행통로를 만들어 발 닿는 대로 걸으면서 문화의 정취를 맛볼 수 있는 '막힘 없는 거리' 를 조성할 계획이다.

시는 사람이 통과할 수 있을 만큼의 도로만 확보하면 건물 전부를 헐지 않고도 기존의 막힌 도로를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고궁탐방로 = 서울시는 내년 안으로 종묘.창경궁.창덕궁 등을 한 번에 돌아볼 수 있는 고궁탐방로를 꾸며 인사동과 연결되는 전통문화의 거리로 가꾸기로 했다.

종묘에서 구름다리를 통해 창경궁으로 넘어가 명경전과 홍화문을 관람하고 창경궁에서 곧바로 창덕궁으로 들어가 비원.인정전.창덕공원을 감상할 수 있는 코스. 고궁탐방로를 걸으며 고궁문화를 관람한 관람객들이 인사동으로 들어와 휴식을 취하며 직접 전통을 체험케 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주간에는 궁중생활을 재현해 내.외국인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야간에도 상시 고궁을 개방토록 할 방침이다.

시는 이를 위해 조만간 문화재관리국과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 시민반응 = 인사동의 문화지구 지정에 대해 문화 관련 업소들과 시민단체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인사전통문화보존회 김병욱 (金炳旭.55) 국장은 "90년대 초반부터 문화업소들이 줄어들기 시작해 그 자리에 단란주점만 여섯곳이나 들어섰다" 며 "과감한 지원없이는 인사동이 전통문화의 거리로 보존되기 어렵다" 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장 김기호 (金基虎.46.서울시립대 건축도시조경학부) 교수는 "최근 들어 인사동 거리에 문화와 관련없는 국적없는 좌판 행상이 늘어나 벼룩시장화하고 있다" 며 "적극적인 지원은 바람직하나 놀이마당이 생기는 것은 곤란하다" 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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