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연안호 조사 중” 2주째 무응답 … 억류 장기화 우려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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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에 억류됐던 현대아산 유성진씨가 귀환함에 따라 지난달 30일 나포된 거진 선적 ‘800연안호’ 선원 4명의 귀환 문제가 과제로 남게 됐다. 800연안호는 지난달 30일 동해 공해상에서 조업을 마친 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이상으로 귀환하던 중 북한 수역으로 들어가 장전항에 억류됐다.

우리 정부는 사건 발생 직후 “인도적 차원에서 연안호를 조기에 석방해달라”고 요청해 왔으나 북한은 “해당기관에서 구체적으로 조사 중”이라는 답을 보내 뒤 아직까지 반응이 없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13일 유씨 귀환 관련 기자회견에서 “아직 돌아오지 못한 연안호 선원들도 하루빨리 귀환하기를 기대한다”며 “연안호 선원과 관련해 확인할 만한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연안호 문제는 특별한 진전이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연안호 선원 석방이 장기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이전과 달리 사건 발생 직후부터 사흘이 넘도록 연안호가 북한 영해를 침범했다고 보도한 것은 우리 정부의 바람대로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유씨 송환 이후 우리 정부의 대응과 이명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 등 한국의 향후 대북 정책을 북한이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 언론은 지난달 31일부터 “조선인민군 해군 경비함이 7월 30일 우리(북한) 측 영해 깊이 불법 침입한 남측 선박 1척을 나포했다”는 보도를 되풀이했다. 북한이 “구체적으로 조사 중”이라고 한 표현도 우리 정부 당국은 꺼림칙하게 생각하고 있다.

반면 유씨 귀환을 계기로 연안호와 선원들도 조만간 귀환할 것이란 기대 섞인 시각도 있다. 지난 4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방북 이후 미국인 여기자가 석방(5일)됐고, 유씨 귀환 논의도 이후 급진전된 만큼 연안호도 그 연장선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진희관 인제대(통일학) 교수는 “북한의 계산은 남북관계가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라면서 “인도적 문제를 가장 우선시하는 미국에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연안호 문제를 풀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클린턴 전 대통령이 유씨와 연안호 석방을 언급했던 이상 그의 위상을 생각해서라도 북한이 행동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전망인 셈이다.

나아가 유씨 귀환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을 계기로 남북 관계의 해빙에 대한 기대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안갯속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달 평양을 방문했던 박한식 조지아대(정치학) 석좌교수는 “북한 당국은 이명박 정부의 보수적인 대북 정책에 대한 불만이 아직까지 해소되지 않아 남북관계를 개선할 뜻이 없는 듯하다”며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집중하겠지만 남북관계는 현상유지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유씨 귀환이 과거와 달리 정부 당국 간 접촉이 아닌 민간 차원에서 이뤄진 것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17일 예정된 UFG훈련도 변수다. 북한은 지난 3월 키 리졸브 훈련기간 중 개성공단 출입을 중단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따라서 향후 남북관계나 연안호 석방 문제는 짧게는 대북 제안 등이 담길 이명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 이후, 좀 더 길게는 UFG훈련이 끝난 8월 말께나 돼야 큰 방향이 잡히지 않겠느냐는 게 대다수 북한 전문가의 분석이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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