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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열차타고 중국간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2020년 8월, 여름방학을 맞은 대학생 김대한 군은 중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나기 위해 경기도 화성으로 향했다. 한국과 중국을 연결한 해저터널을 ‘씽씽’ 달리는 중국행 열차에 오르기 위해서다. 시속 350km로 운행되는 동북아고속철도는 출발한지 1시간 후에 중국-위해역에 닿는다.

달콤한 미래를 상상하는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한중 해저터널은 약 10년 후, 우리가 누리게 될 선진 교통시스템. 하지만 해저터널 건설은 수십조 원의 예산과 수십 년의 공사기간이 필요한 대역사인 만큼, ‘완성’ 단계까지 가는 길이 결코 평탄치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유럽을 하나의 연합체로 통일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 준 영불 해저터널의 사례를 살펴봐도, 대한민국이 동북아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한중 해저터널은 반드시 필요한 것.

가파른 성장의 물결을 타고 있는 ‘중국 시장’을 겨냥해, 작년 1월 경기도와 정부는 해저터널 관련 연구를 경기개발연구원 박사들에게 맡겼다. 20개월 동안 ‘끙끙’ 머리를 싸매고 맞댄 연구원들, 드디어 국민에게 공개할 최종보고서를 만들어냈다! 야심찬 ‘한중 해저터널’ 프로젝트를 발표하기 전 지난 29일, 수원시 장안구에 있는 경기개발연구원을 찾았다.

◆ 한중 해저터널 ‘집중분석’

해저터널(Undersea Tunnel)이란 기존의 육상, 해상 및 항공 교통수단의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해저에 터널을 건설, 기차 또는 자동차로 터널을 통과해 국가 간 또는 연육 간을 연결하는 교통시설이다. 대형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해 나갈 한국과 중국은 ‘동북아를 아우를 수 있는 교통망 건설’이라는 공동 목표를 갖고, 이상적인 해저터널을 만들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현재 양국은 해저터널의 기본구상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고, 수차례의 국제 포럼을 통해 각국의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앞으로 대중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게 될 한중 해저터널에 대한 기본구상과 실현가능성, 필요성 등을 조목조목 살펴봤다.

# 꿈의 해저터널 '밑그림이 그려지다'


2008년 1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해저터널 연구를 맡은 경기연구개발원(이하 경기연) 박사들은 눈앞이 캄캄했다. 그들은 ‘한국판 해저터널’ 구상도를 그려내기 위해 노선대안부터 시작해서 지질 및 지형검토, 구조대안, 공사기법 등 여러 가지 영역들을 분석하고 진단했다.

프로젝트 총괄을 맡은 경기연 부원장 조응래 씨의 친절한 설명으로 아직 공개되지 않은 해저터널 기본구상안을 살펴볼 수 있었다. 먼저 한국과 중국을 연결하는 방안인 노선대안으로 가장 거리가 짧은 중국 산동성 위해시를 연결지점으로 가정해 평택과 화성, 용연, 태안 등의 다양한 대안들을 검토했다. 장기간 연구를 해본 결과, 다수의 연구원들이 선택한 대안은 바로 경기도 화성과 인접한 황해.

조 씨는 “아직 확실히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거론된 다수의 지역들을 제치고 경기도 화성이 가장 유력한 노선지점으로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화성에서 위해까지는 약370km 거리로 가장 최단구간이며, 수심과 지형 등을 고려해봤을 때 가장 적합한 바다이기 때문입니다”라고 전했다.

노선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해당 지역의 지질로써, 수심이 깊을수록 수압이 높아지기 때문에 수심이 얕을수록 터널 굴착에는 유리하다. 그렇다면 한중 해저터널이 구축될 황해의 지질환경은 어떨까.

조 씨에 따르면 서해안에서 제일 깊은 곳의 수심이 80m 수준이며, 현재의 기술로서는 터널굴착에도 별 무리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일반적인 터널 시공기준에서 볼 때 황해의 지반조건은 시공에 적합하다. 황해 주변 지반은 주로 퇴적암과 화성암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강도가 단단하고 균열이 발달하지 않아 굴착에 유리한 조건이라는 것. 다만, 황해 상에 추정되는 단층선들은 터널굴착에 있어서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단층 구조들에 대한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해저터널은 열차가 선로를 달리는 고속열차터널과, 자동차 이용객을 위한 차량터널이 있다. 두 가지 구조대안 중에 경기연 박사들은 고속열차터널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노선의 연장 및 배기가스 등의 환경문제를 고려할 때, 운행속도 350km/시의 고속열차를 이용한 승객수송 위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그렇다면 깊은 바다 속에 세워질 해저터널은 어떤 장비들을 이용하여 뚫을까․ 국내 기술자들이 할 수 있는 공사기법으로는 쉴드터널공법, 침매터널공법, NATM(New Austrian Tunnelling Method)터널공법 등이 있다. 간략히 세 가지 공법에 대해 살펴보자. 쉴드터널공법은 TBM이라는 땅 속을 뚫는 굴착기계로써 안정성이 우수하다. 침매터널공법은 굴착공정이 없고 대단면 터널에 적용이 가능하며, NATM터널공법은 지층변화에 대한 대응성이 우수하고 공사비가 저렴하다. 향후 건설될 한중 해저터널은 지형에 따라 이 중 가장 적합한 공법들을 이용하게 된다. 즉, 3가지 공법들이 환경에 따라 모두 이용되는 것.

조 씨에 따르면, 국내의 터널굴착 기법은 그동안 상당한 수준에 이를 정도로 기술이 발전돼 왔다. '수심이 깊은 지역에서의 터널굴착에서 바닷물로 인해 가해지는 커다란 수압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등의 몇 가지 기술상 문제들이 있지만, 이 문제들도 현재의 기술 발전 속도로 본다면 해저터널의 건설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

약 2년에 걸쳐 마침내 그려진 해저터널 기본구상안. 언제쯤이면 국민들이 중국행 열차에 오를 수 있을까․ 이같은 물음에 조 씨는 “최소 10년에서 최대 15년 안에 해저터널이 완공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가 간에 이루어지는 대사업이기 때문에 절차가 꽤 복잡하고, 보다 확실한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투자가 되죠. 경기연이 기초조사를 마친데 이어, 현재 국토해양부가 2차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 '시간, 경제, 관광', 해저터널이 가져올 달콤한 선물


동북아를 달리는 꿈의 터널 ‘한중 해저터널’. 고속열차를 타고 중국여행을 떠나는 마냥 기분 좋은 상상만을 하고 싶지만, ‘과연 해저터널이 경제성과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분석해봐야 한다. 이 사업은 최소 60조원에서 최대 100조원이 투자되는 대규모 공사로, 만약 적자가 나게 된다면 국가경제에 어느 정도 타격을 줄 수도 있기 때문.

프로젝트 연구를 맡은 경기연 박사들 사이에서는, 여러 가지 이득을 가져다 줄 한중 해저터널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다 밝게 할 ‘보물’로 불리고 있다. 조 씨는 한중 해저터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가시적인 장점으로, 비장의 카드 3장을 뽑아서 보여줬다.

첫 번째는 ‘시간절약형카드’. 현재로서 중국을 갈 수 있는 교통수단들 중 가장 빠른 것은 비행기로, 인천공항에서 북경공항까지 약 2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해저터널을 달리는 고속열차를 이용한다면 1시간이면 중국 땅을 밟을 수 있는 것이 가능해진다. 다시 말한다면, 항공료보다 저렴한 비용과 절약된 시간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조 씨는 “화성에서 산둥반도까지는 약 370km 정도로 '서울~부산'보다 짧은 거리입니다. 해저터널이 뚫리면, 하루 만에 한중을 왕래할 수 있어요. 이는 항공편이나 선박을 통해 얻는 무역 소득보다 훨씬 높은 양국 간 경제효과로 나타날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조 씨가 두 번째로 끄집어낸 카드는 ‘동북아경제통합카드’. 오는 2040년,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세계1위에 등극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처럼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을 지닌 중국과 보다 많은 무역을 할 수 있게끔 발판을 마련해줄 수 있는 수단이 바로 해저터널인 것. 뿐만 아니라, 중국으로 연결되는 해저터널은 동북아의 중심지를 향한 개방형 국토로 나아가기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특히 최근 GDP 성장률이 연간16~17%에 달하는 중국의 고도성장은, 한국과 중국 간의 여객수요와 수출입 물동량을 견인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도 중국과의 교역을 늘릴 수 있는 교통수단은 반드시 필요한 것.

조 씨가 마지막으로 보여준 카드는 ‘관광수입카드’다. 중국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수는 최근 5년간 연평균 20% 이상 증가했다. 교통수단별로는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입국자 비율이 가장 높은데, 이같은 사실을 통해 서해 중부권이 대중국 교류의 통로임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서해와 위해를 연결하는 해저터널을 건설하게 되면 한국을 찾는 중국인들의 숫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게 될 것. 조 씨에 따르면, 해저터널의 종착지인 중국 산둥지역에만 2억 5천만 명이 몰려 살고 있다는 것. 이들만 관광객으로 유치해도 어마어마한 관광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은 재차 설명할 필요가 없다.

◆ 각양각색 해외파 해저터널, 벤치마킹 모델은

영국과 프랑스를 연결하는 영불 해저터널, 덴마크와 스웨덴을 연결하는 외레순 다리, 일본 세이칸 해저터널 등 지구촌에는 총 5개의 해저터널이 현존하고 있다. 또한 한중 해저터널을 비롯해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을 잇는 지브롤터 해저터널, 러시아와 알래스카를 통하게 하는 베링해협 해저터널 등 총 7개의 해저터널이 건설계획 중에 있다.

해저터널 구축은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기술력인 만큼, 건설에 성공을 거둔 해외 해저터널을 자세하게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어떤 공법으로 지어졌는지, 디자인은 어떠한지, 예산과 시간은 얼마나 투자됐는지 등을 조목조목 분석해봐야 한다. 특히 가장 눈여겨 볼 해외파 해저터널은 영불 해저터널과 외레순 다리. 각각의 해저터널이 설치된 영국과 프랑스, 덴마크와 스웨덴이 우리나라와 중국의 지질 및 지형조건 등 바다 환경이 가장 흡사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 현존하는 해외파 해저터널 ‘넘버4’


우리 발아래 ‘뻥’ 뚫려있는 해저터널은, 전 세계 어느 해양에 만들어져 있을까․ 조 씨가 보관하고 있는 소중한 연구 자료를 통해 지구상에 현존하는 4개의 해외파 해저터널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먼저 세계인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영불 해저터널은, 도버해협 바다 밑의 지반조사만도 100년이 넘도록 수행되었으며 30년간 100개 이상의 시추공에 의한 지반조사를 통해 이루어졌다. 특히 하나의 단일터널이 아닌 3개의 터널들로 구성되었다는 점이 이채로운 점. 이 중 2개는 직경 7.6.m의 철도전용 단선터널이며, 그 중간에 철도전용터널의 유지보수와 터널 내 고장 및 사고 시 승객의 비상탈출을 위한 직경 4.8m의 서비스터널이 건설돼 있다. 현재 이 터널 위에는 자동차와 버스, 트럭 등을 운반하는 차량수송 전용 열차인 르 셔틀(Le Shuttle)과 여객 및 화물용 고속열차인 유로스타(Eurostar)가 운행되고 있는데, 운행속도는 150km/시 수준이다.

이러한 영불 해저터널은 영국과 프랑스 양국에게 수많은 긍정적인 효과들을 가져다준 교통수단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 씨에 따르면, 영불 해저터널은 유럽 국가들 간의 응집력을 높이는 주요한 프로젝트로 평가받고 있고 전통적인 영국과 프랑스 양국 간의 대립적 경쟁관계를 협조적 경쟁관계로 전환시키는 주요한 계기가 됐다. 또한 양국의 대외 교역패턴에도 영향을 미쳐 도버해협을 통과하는 상품의 운송비 및 운송시간을 크게 감소시켜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다.

일본 본토의 아오모리현과 북해도를 연결하는 터널인 세이칸 해저터널은, 1964년 3월 착공하여 1988년 3월에 개통됐다. 눈에 띄는 것은 일본이 터널을 짓게 된 계기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였다는 점이다. 1954년 태풍으로 인해 쓰가루 해협에서 선박 5척과 1,430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후, 사고를 막아줄 해저터널의 필요성을 깨닫고 건설하게 되었던 것. 총연장이 53.9km인 세이칸 해저터널은 지진에 대비하여 철저하게 시공함으로써, 건물이나 다리보다 안정성이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덴마크를 건너 스웨덴을 갈 수 있는 외레순 다리는 디자인이 독특한 터널로 유명하다. 인공섬 상에 터미널을 구축한 이 다리는, 육지와 연결된 아기자기한 섬마을을 연상시킨다. 총길이는 15.4km(동부 해저터널-3.5km, 인공섬-4.1km, 서부 교량-7.8km)이고, 스웨덴과 레르나켄에 요금소가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외레순 다리를 차량들이 달리기까지 추진과정은 쉽지 않았다. 외레순 해엽을 연결하는 구상은 1900년대 전반부터 시작되었으나, 재원 및 정치적 의지의 부족으로 추진되지 못하다가 북유럽국가의 스칸디나비아반도와 유럽대륙의 연결의 필요성이 증대돼, 결국 지난 1991년 3월 23일 덴마크와 스웨덴 정부가 외레순 해엽의 연결에 합의하게 되었던 것.

마지막으로 국제적으로 터널 건설기술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노르웨이 Oslofjord 해저터널을 살펴보자. 노르웨이는 1981년 Vardo에 최초의 해저터널을 건설한 이래, 지난 20여 년간 약 30여 개의 해저터널을 잇달아 건설했는데, 이는 전 세계 해저터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치다. 운용중인 해저터널은 34개소로 총 길이가 130km이며, 해저 도로터널은 23개소, 95km에 달한다. 놀라운 사실은 현재 노르웨이에서는 총 합계 연장이 약 100km에 달하는 해∙하저 도로터널을 새롭게 시공 중에 있다는 점. 노르웨이 교통부에서는 지난 1998년 해수면 아래 25M 깊이, 1.4KM 연장의 ‘부유식 해저터널’에 대한 건설 계획을 제안하고, 이의 가능성을 검토 중에 있다.

# 영불 해저터널+외레순 다리=한중 해저터널


우리나라 서해안의 수심은 40m~76m로, 해안가 인근 지역에선 낮은 수심을 유지하다가 갑자기 깊어지는 해양 환경을 갖고 있다. 때문에 해저터널 건설 시, 수심이 낮은 지역에 인공섬을 지어서 그 위에 해저터널 터미널을 만들어야 한다. 또 이와 연결되는 수심이 깊어지는 구간은 기계굴착 공법을 이용해서 땅을 뚫어야 한다. 이와 비슷한 지질 환경 상에 지어진 해저터널이 바로 영불 해저터널과 외레순 다리다.

조 씨에 따르면 영국과 프랑스가 해저터널을 뚫을 때 사용한 기법인 쉴드TBM 공법이 한중 해저터널을 세울 때에도 사용된다. 유럽통합의 차원에서 범유럽 교통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추진된 영불 해저터널은 영국의 Folkeston과 프랑스의 Calais를 연결하는 터널로써, 1988년 본격적인 터널공사에 착수하여 1994년 5월 6일에 개통됐다. 총연장은 50.54km로서 이 중 38km가 도버해협을 통과하는 해저터널이고, 나머지는 육지의 터미널에 연결하기 위한 지하터널이다.

조 씨는 “인공섬에 설치되는 터미널과 황해를 뚫고 건설하는 해저터널을 연결하는 공법은, 영불 해저터널과 똑같은 원리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수심이 얕은 지역인 인공섬 부근은 복층 구조로 건설된 외레순 다리를 벤치마킹할 계획이다. 이 다리는 교량, 인공섬, 터널로 구성되어 있는데, 교량은 2층 구조로 1층은 복선 철도, 2층은 4차로의 자동차도로로 만들어졌다. 터널은 폭 38.8m, 높이 8.6m로써 2개의 도로용 터널과 2개의 철도용 터널로 건설됐고, 도로용 터널의 중앙에는 1개의 서비스 터널이 있으며 비상시에는 비상탈출로로 이용이 가능하다.

* 사진: 경기개발연구원 제공

<본 자료는 정보제공을 위한 보도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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