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후지쓰배 세계선수권 결승] 정답은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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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윤 9단 ● 이창호 9단

제6보(54~63)=다시 흑▲에 대해 얘기해 보자. 흑이 이렇게 늦추자 강동윤 9단은 즉각 54, 56을 선수하고(이로써 백△ 두 점은 확실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반상 최대인 58을 차지했다. 이창호 9단도 마지막 큰 곳인 59를 차지하며 바둑은 긴 승부로 들어갔다.

겉으로는 평온하다. 하지만 60의 단수가 이창호 9단에겐 벌에 쏘인 듯 따끔하다. ‘참고도’ 흑1로 잇고 싶지만 백2로 두는 맛이 고약하다. A, B 등이 모두 선수여서 탈이 나고 만다. 목진석 9단이 다시금 흑▲에 대해 “이해하기 힘드네요” 하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이 수로 61에 두었다면 지금 같은 후퇴는 존재할 수 없다. 오히려 C의 기분 좋은 끝내기가 흑의 몫으로 남는다. 바둑도 흑이 확실히 유리하다. 하나 강동윤 9단은 흑▲로 61에 두면 백△ 두 점을 그냥 죽이지 않고 움직인다고 한다. D의 선수가 있는 만큼 피차 어려울 것이라 한다. 이제 결론은 간단해졌다. 59로 둔 상황에서(이것으로 바둑은 곧장 종반전 돌입이다) 누가 유리한 것일까. 흑이 불리하다면 흑▲는 61에 두고 승부를 보는 게 옳았다.

“팽팽한데요. 선수를 쥔 백이 조금 재미있을까요.” 박영훈 9단의 애매한(?) 계산 때문에 다시 모든 것은 오리무중에 빠진다. 형세가 ‘반집’에 걸려 있다면 흑▲의 후퇴와 61의 버티기 중 어느 것이 정답인지 알 길이 없는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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