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 '최저가' 제각각 구별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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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도대체 어디가 가장 싼가. ' 할인점마다 서로 앞다퉈 '최저가' 선언을 하고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제로 어디가 가장 싼지를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취급품목이 많은 탓도 있지만 할인점마다 중량이 다른 물건을 팔거나 묶음판매로 포장 단위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이런 소비자의 혼란을 막기위해 가격을 단위별로 표기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에 건의하기로 했다.

소보원 생활경제국 오명문 차장은 "미국 매사추세츠주.일본 도쿄 등 선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조례를 통해 단위별 가격표기를 의무화하고 있다" 며 "국내에서도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을 돕기 위해 단위가격표시 도입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일산지역의 E마트.월마트 (한국마크로).까르푸 등 3개 할인점에서 판매되는 공산품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의 가격비교가 어려운 원인과 실제 단위당 가격을 조사해 봤다 (품목과 가격은 9일 기준) .

◇ 중량은 제각각 = 주방세제.세수비누.치약 등 공산품의 경우 동일한 상품인데도 유통업체마다 대부분 중량이 서로 다르다.

E마트.월마트.까르푸에서 팔리는 LG자연퐁 (리필제품) 의 경우 중량은 각각 1.2㎏, 1.4㎏, 1.5㎏으로 같은 곳이 없다.

태평양 쑥비누도 E마트는 1백g짜리를 판매하는 반면 다른 두 곳은 1백20g짜리를 취급했다.

한 점포에서 동종 상품을 파는데도 중량이 서로 달라 어떤 물건이 더 경제적인지를 판단하기 어려운 품목도 있다.

주방세제의 경우 E마트는 제일제당 참그린은 1.8㎏짜리인데 반해 LG자연퐁.애경 순샘.퐁퐁 등은 1.2~3㎏짜리였다.

다른 할인점들도 마찬가지여서 월마트는 치약을 오복 (2백g).동의생금 (2백50g).덴타큐 (2백40g).죽염 (2백60g) 등 서로 다른 중량의 제품을 모아놓고 있다.

우유도 남양유업 아인슈타인은 9백㎖인데 비해 매일유업 1등급은 9백30㎖, 서울우유는 1ℓ짜리로 제각각이다.

그런가 하면 까르푸가 할인행사 품목으로 2천9백90원에 내놓은 해표 식용유는 시중에서 구경하기 힘든 1.5ℓ들이다.

일반적으로 0.9ℓ 아니면 1.8ℓ들이가 많은데도 중간 용량을 택해 별도로 만든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할인점들이 '최저가 보상제' 등을 도입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아예 일반상품과는 다른 중량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며 "소비자로서는 단순한 가격비교가 어려운 게 사실" 이라고 말했다.

◇ 묶음포장도 다르다 = 두루마리 화장지 쌍용 코디의 경우 E마트는 50m짜리 18개 들이와 70m짜리 24개 들이를 팔고 있다.

월마트는 70m짜리 30개 들이만 판매했다.

세수비누.치약.참치.햄.과자 등은 비슷하다.

죽염치약의 경우 E마트와 월마트는 2백60g짜리를 팔면서 각각 낱개와 2개 묶음판매, 까르푸는 2백g짜리 3개 묶음판매를 하고 있다.

한 점포에서도 동종 상품의 중량이 같더라도 대부분 묶음단위가 달랐다.

참치캔의 예를 보면 E마트는 동원Q참치 (1백65g) 와 동원참치 (1백90g) 는 4개, 오뚜기 후레시참치 (1백65g) 는 3개, 사조참치 (1백65g) 는 2개를 한 묶음으로 팔고 있다.

◇ 서로 다른 상품 팔기 = 한 회사 제품이더라도 유통점마다 서로 이름이 다른 상품을 파는 예가 가장 대표적이다.

두루마리 화장지의 경우 E마트는 대한펄프에서 나온 '루키' 를 취급하고 있으나 월마트는 같은 회사 제품중 '라라' 를 팔고 있다.

또 존슨&존슨의 어린이 목욕용품인 '목욕친구들' 도 ^E마트는 샴푸중 '모자쓴 미키샴푸' 와 '미키 매직샴푸' ^까르푸는 '미키 스포츠 샴푸' 와 '미니 컨디셔닝샴푸' 를 판매했다.

여러 업체가 만드는 품목은 특정 회사 상품만 취급하고 있어 가격비교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생수는 E마트가 스파클.석수만 팔고 월마트는 삼다수.석수.동원샘물, 까르푸는 해태샘물.삼다수.가야.스파클.동원샘물을 취급하고 있다.

우유도 E마트는 고원우유와 E플러스우유, 월마트는 목우촌 쿠프우유.롯데우유, 까르푸는 덴마크 저지방우유 등으로 서로 다른 품목들을 갖춰놓았다.

◇ 가격 비교 = 공산품에서 일부 상품을 뽑아 m당, g당 가격으로 환산해 본 결과 할인점마다 모든 상품을 '최저가' 로 판매한다는 주장과는 달리 할인점간 가격차이가 들쭉날쭉했다.

태평양 쑥비누는 E마트가 월마트보다 g당 3.7원이나 비쌌고 오복치약은 E마트 (7.2원)가 월마트 (8.1원) 보다 0.9원 쌌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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