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입법의원 선거 "바꿔"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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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정치 무풍지대인 홍콩에 선거 바람이 불고 있다. 다음달 12일 지역(직선)과 직능(간선) 대표 60명을 뽑는 입법회(의회 격) 의원 선거를 앞두고 5일 163명이 후보 등록을 마쳤다. 홍콩의 중국 회귀 이후 세번째 선거다.

초점은 지역구(30석)에서 펼쳐질 민주파와 친중파의 격돌이다. 중국의 홍콩 통치에 대한 민심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5개의 대선거구에서 민주파는 43명, 친중파는 38명의 후보를 냈다.

양측 진영은 유권자들의 '바꿔'심리에 맞춰 대대적인 물갈이를 단행했다. 여론조사 결과 색깔보다 인물을 보겠다는 유권자가 많아진 때문이다. 경쟁이 덜 치열한 직능대표도 후보(73명) 중 절반 가까운 35명이 정치 신인으로 채워졌다.

친중파의 간판 격인 민건련(民建聯)은 지난해 '홍콩판 국가보안법'의 입법에 앞장섰던 의원 3~4명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역시 친중 계열인 항진련(港進聯)의 주석은 '새 피' 수혈을 이유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노동계를 대표했던 한 중진 의원도 지역구를 내놓았다. 그 대신 전문성을 갖춘 30, 40대의 젊은층을 앞세웠다.

중국 정부는 중국인의 홍콩 관광 자유화 확대, 주장(珠江) 경제권의 개발 촉진, 민주파 인사에 대한 견제 등을 통해 친중파 정당을 후원하고 있다. 친중파 정당이 11~12석을 얻고, 중도파.직능대표를 합치면 35~36석은 무난하다는 계산이다.

민주파 정당은 '이번 선거에서 과반 의석(31석)을 확보해야 중국의 일방적인 홍콩 통치를 견제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역구 21석을 포함해 잘해야 모두 26~27석을 얻을 것"이라고 본다.

민주파 중에도 신인들은 수두룩하다. 22세의 위청즈(余承志.대학원생)후보를 비롯해 언론 탄압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상업 라디오(C라디오)의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인 정칭한(鄭慶翰), '거리의 투사'란 별명을 가진 량궈슝(梁國雄)이 도전장을 냈다. 그러나 이들이 모두 당선될지는 미지수다.

대학강사로 일하는 로버트 추(40)는 "홍콩이 '반쪽의 직선'만 실시하고 있으나 유권자의 후보 감별 기준은 제도를 훨씬 앞서고 있다"고 말한다.

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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