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만 가는 미국 통상압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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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최근 미국의 통상압력은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유럽연합 (EU).일본과 같은 선진국은 물론이고 산업경쟁력이 크게 처지는 동남아와 중남미 국가들에 대해서도 무역장벽을 낮추고 시장을 개방하라며 몰아부친다.

품목도 바나나에서부터 자동차, 철강,에너지까지 다양하다.

미 업계가 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 낸 덤핑사례는 지난해 16건에 이어 올해 벌써 25건을 넘어섰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미국의 반덤핑 움직임이 세계 각국으로 번지고 있다" 고 지적했다.

◇ 호흡맞는 미 업계와 행정부 = 철강업계가 불만표출에 가장 적극적이다.

한국.러시아.브라질 등 개도국 철강회사들이 덤핑수출을 일삼는 바람에 타격이 여간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업계 대표격인 USX사의 경우 3분기 순익이 6천5백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나 감소했으며, 베들레헴 철강의 순익도 8.6% 줄었다.

이들은 각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을 문제삼고 있다.

상무부는 이들 국가의 보조금 지급으로 자국 철강업계가 피해를 입었는 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곧 국제무역위원회 (ITC) 를 통해 본격 조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상무부는 또 한국과 일본, 타이완,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멕시코 등 8개국의 철강 덤핑수출 여부에 대한 자국 철강업계의 이의에 대해서도 내년 초께 판정을 내릴 예정이다.

미국은 특히 오는 20~22일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한때 윌리엄 데일리 상무장관을 통해 한국 정부에 철강등 일부 품목의 대미 (對美) 수출문제를 정식으로 거론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이같은 공세는 올해 2천5백억달러, 내년에는 3천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무역적자 때문이다.

◇ 미국의 지역별 통상압력 ▶유럽연합 (EU) =영국.프랑스의 옛 식민지에 대한 바나나 수입특혜 철폐를 주장해 온 미국은 10일 와인.치즈.가전제품 등 유럽산 제품에 대해 99년 1월부터 1백% 보복관세를 물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밖에도 불법 보조금을 받고 있다는 예비 판정을 내린 프랑스.이탈리아산 철강을 비롯, 서비스.금융.지적재산권분야 개방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또 아시아 경제위기와 관련, EU의 아시아제품 수입이 미국보다 훨씬 적다는 불평도 함께 제기하고 있다.

▶일본 = 아시아 경제위기 책임론을 앞세워 일본을 옥죄고 있다.

지난달에는 통신.금융.에너지.자동차 분야의 규제완화 및 시장개방 확대를 위한 2백70개조치를 조목조목 나열한 문서를 일본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특히 임.수산물에 대한 관세 인하에 일본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아.태경제협력체 (APEC) 회담에서 일전을 벌일 태세다.

해묵은 분쟁인 철강과 자동차 분야에서도 다음달 중에 가시적인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동남아 = 클린턴 대통령은 10일 대통령 자문수출위원회에 참석, 지난해 APEC회담에서 합의된 서비스,에너지, 삼림, 장난감, 의료품, 화학, 통신 등 9개 분야에서 2005년까지 관세를 철폐하기로 합의했던 사실을 상기시켜 동남아 국가들을 다그쳤다.

▶중남미 = 미국은 2005년 실현을 목표로 한 미주 자유무역지대 (FTAA) 협상을 가속화해 자유무역의 명분을 쌓고 무역불균형을 바로 잡는다는 방침이다.미국은 FTAA에 참가하는 34개국 의회가 이를 비준토록 물밑작업을 추진중이다.

김국진.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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