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다당제 추진 정치지도 바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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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추진중인 정치개혁의 대미 (大尾) 를 장식할 선거법 개정안의 윤곽이 드러났다.

정부가 위촉한 '젱킨스 위원회' 는 지난달 29일 블레어 총리에게 보고서를 제출, 영국 대의정치의 상징인 양당제를 사실상 포기하도록 권고했다.

블레어 총리는 로이 젱킨스 상원의원이 중심이 돼 만든 이 보고서에 대해 "논거가 분명하고 설득력이 있다" 면서 임기중 국민투표를 통해 선거법 개정안을 확정한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

젱킨스안은 유권자에게 두 개의 투표권을 주고 소선거구제에 의한 직접선거와 비례대표제에 의한 간접선거를 혼합하는 방식. 6백59개인 현행 소선거구수를 15~20% 정도 축소, 선거구마다 하원의원 1명을 뽑는 한편 최대 5개 소선거구를 하나로 묶어 98~1백32석의 의석을 전국득표율에 따라 각 당에 배분한다는 것이다.

소선거구제의 경우 '대안 (代案) 투표' 제를 도입하는 것도 특징이다.

지지후보의 낙선 가능성에 대비, 두번째 지지후보까지 표시토록 하는 방식이다.

최다 득표자가 유효투표의 50% 득표에 못미칠 경우 최저득표자에게 투표한 유권자의 표를 두번째 지지후보에게 배분하는 식으로 최종 당선자를 확정한다.

영국 언론들은 2000년 가을께 국민투표가 실시돼 이르면 다음 총선부터 새 선거법에 의해 선거가 실시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지는 젱킨스안이 "세계에서 유일하며 가장 복잡한 선거방식" 이라면서도 사표 (死票) 를 방지하고 민의에 가장 근접한 후보를 지역구의원으로 선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비례대표제를 통해 군소정당에 대한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이 방식이 채택될 경우 제3당인 자민당이 가장 큰 이익을 보게 돼 노동당과 보수당의 양당 정치가 더 이상 어려워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노동당과 자민당 연립에 의한 중도.좌파정권의 집권 영구화 기도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방분권 강화.상원개혁 등에 이어 블레어의 최대 정치실험으로 평가되는 선거법 개정은 영국의 정치지도를 바꾸는 혁명적 실험이 될 전망이다.

파리 = 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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