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방부 전략보고서에 담긴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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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3년여 만에 새로 만들어진 미국 국방부 동아.태 전략보고서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부분은 ^역내 (域內) 주둔 미군의 신축적 운영^북한의 위협 제거 뒤에도 주한미군 필요 등이다.

보고서는 이 지역내 미군운용의 3원칙을 제시하면서 ^타지역 분쟁에 미군을 투입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하며^주한.주일미군과 태평양사령부에 배속된 육.해.공군 및 해병대 병력.장비를 역내분쟁의 성격에 따라 다양하게 조합해 투입한다고 못박았다.

지금까지 전략보고서에 명기했던 주한.주일미군의 병력규모를 이번에는 명기하지 않았다.

이는 주한미군 규모를 지금까지처럼 고정적으로 유지하지 않고 사태에 따라 증강 또는 감축하는 등 신축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돼 관심을 끌고 있다.

더 나아가 주한미군이 한반도문제뿐만 아니라 미국의 세계방위전략 틀에서의 전초기지 역할까지 수행한다는 의미로도 읽혀진다.

논란을 빚어 온 통일후 주한미군 주둔문제와 관련해 한반도와 동아.태지역 전체의 안정 기여를 이유로 내세워 주둔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보고서는 한반도와 관련된 과제를 두 가지로 나눠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을 줄이고 동시에 금융위기에 빠진 한국이 안보위기에도 빠지지 않도록 주한미군의 안보적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통일 이후까지 겨냥해 역내불안을 억제하기 위해 동아.태 주둔 미군규모를 10만명선으로 유지하면서 동시에 이 기간중 북한에서 발생하는 돌발사태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한미군의 역할은 '역내 불안요인을 줄이며 경제발전과 정치협력을 강화한다' 는 미국의 새 전략기조라 할 수 있는 '포괄적 개입' 의 연장선상에서 결정되고 있다.

주한미군을 비록한 역내주둔 미군의 성격변화는 95년부터 시작돼 온 것이다.

90년과 92년 동아.태 전략보고서의 중심은 냉전종식 이후 역내 주둔미군의 규모조정을 위한 3단계 감축안에 두어졌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는 역내 불안을 감안해 95년 보고서 발간 당시부터 10만명 수준의 미군주둔에 기초한 전진배치 전략을 재확인해 왔다.

"동아시아의 발전에서 안보는 산소 (酸素) 와 같은 존재며 역내주둔 미군은 산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는 소위 '안보 산소론' 이 등장한 것도 이때다.

3차보고서때 제시됐던 ^우방국에 대한 개입^중.러 등에 대한 관계확산 전략 등 두 가지는 이번에 '포괄적 개입' 으로 통합됐다.

중국을 안보협력단계로 격상시킨 것은 올해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됐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미국 국방부의 97년 방위전략 재검토보고서 (QDR)에 명시된 세 가지 전략목표인 ▶국제환경 조성▶모든 위기사태에 대처▶불확실한 장래에의 사전대비를 위해 전세계적 차원에서 적극 개입이라는 기조 위에서 작성됐다.

이는 탈 (脫) 냉전시대 유일 초강국으로 남은 미국이 국내 일부세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지도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며, 이런 의지가 동아.태지역에도 적용되고 있음을 이번 보고서는 명확히 했다.

워싱턴 = 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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