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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인터뷰 - 좌우 극한 대결, 해법을 묻다 ⑤ 조갑제 언론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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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좌우 극한 대결의 해법을 찾는 중앙일보 릴레이 인터뷰가 이번엔 언론인 조갑제(64)씨를 만났다.

이를 두고 “해법을 찾는다면서 왜 하필 그 사람이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조씨가 대한민국 극우(極右)의 상징적 인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래서다. 가장 오른쪽에 서 있는 사람은 과연 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궁금했던 것이다.

중앙일보는 앞으로 좌파적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도 내보낼 예정이다.

조씨는 “사회민주주의적 좌파는 얼마든지 인정하겠지만 대한민국 헌법을 부인하는 친북좌파는 절대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28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조씨의 개인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 박정희 대통령 전기를 써서 박정희 붐을 일으켰는데, 원래 좋아했습니까.

“저는 박 대통령으로부터 피해를 당했거든요. 1976년도에 포항에서 석유가 발견됐다고 해 취재했는데 이게 경제성이 없는 석유예요. 기사를 쓰려니까 중앙정보부가 못하게 했어요. 기자는 알고 있는 걸 못 쓰면 병나지 않습니까. 그래서 논문을 써서 돌렸는데 일본 산케이신문이 그걸 받아 포항 석유가 경제성이 없다고 보도했어요. 그래서 부산 국제신보에서 1년간 쫓겨났어요. 난 박 대통령이 피살됐을 때 ‘이제 좋은 세상이 온다’고 생각했어요.” 

- 그런데 왜 예찬론자가 됐습니까.

“83년부터 월간조선에서 일하며 ‘3공화국 비화’를 쓰게 됐어요. 김형욱 사건, 박동선의 ‘코리아 게이트’ 등 박 대통령의 부정적인 면을 많이 썼어요. 그런 폭로기사가 매력 있고 부수도 늘죠. 한 4~5년쯤 쓰니까 박정희란 사람이 점점 더 크게 보이는 거예요. 아무리 깎아내려도 커지기만 하는 거목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다가 87년부터 전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그 당시 인권유린을 당한 사람들이 적지 않죠. 3선 개헌 등 영구집권 시도가 있었고요.

“박정희의 부정적인 면도 제가 발굴한 게 많아요. 박정희가 남로당에 포섭됐다가 잡혀 죽기 직전에 백선엽씨가 살려줬지요. 육영수 여사를 만나기 전에 정식으로 한 번 결혼했고, 또 이화여대 다니던 분과 동거를 했어요. 고문이나 조작에 대해서도 많이 썼어요. 그분은 미화할 필요가 없어요. 있는 그대로 보여줘도 의미가 축소되지 않아요.”

- 다른 대통령들은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이승만, 박정희 두 분은 세기적 지도자죠. 요새는 이승만 대통령이 점점 더 크게 보여요. 눈에 보이는 건 대부분 박 대통령이 만든 것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이 대통령이 만들었어요. 교육개혁, 농지개혁, 한·미동맹,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기반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대부분이 이 대통령 업적이에요. 보이지 않으니까 잊어버리고 과소평가 받죠. 이승만 없는 박정희는 없습니다.” 

- 이명박 대통령은 어떻습니까.

“최초의 상인 출신 대통령이죠. 그 점을 높이 평가해요. 상인은 손해 볼 일 별로 안 하지요. 그래서 대한민국도 손해 보지 않는 5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경제 관리도 이만하면 잘하고, 한·미동맹 복원은 정말 잘한 거고, 남북 관계도 뜯어먹히지 않으니까 잘했다고 봐요. 그런데 법치 확립이 시대적 사명인데 너무 용기 없이 대처했어요. 폭력 국회, 쌍용자동차 사태, 그리고 지난해의 촛불 난동시위를 통해 성실하고 법 지키는 국민이 불안해 못 살겠다는 사태를 만들어 놨어요.” 

- 이 대통령이 왜 그런다고 보십니까.

“대통령 연설에서 헌법이 인용되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대통령은 헌법적 뒷받침이 들어가니까 무서운 거예요. 그런데 헌법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굉장히 약한 존재가 돼 버렸어요. 경찰관이 힘이 있는 건 레슬링 선수라서가 아니라 그 뒤에 국법이 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경찰관이 ‘법 그거 별거 아니다’고 하면 깡패보다도 못한 존재가 되는 게 아닙니까. 왜 이 대통령은 권력의 기초인 헌법에 대한 자각이 부족한가. 그것은 이념 무장이 소홀하고 본인 스스로 이념이란 말을 싫어하기 때문이 아니겠나 저는 생각해요.” 

- 그럼 지난해 촛불시위 때 어떻게 했어야 합니까.

“국가적 진실을 방어해야 하는 게 대통령과 정부입니다. MBC PD수첩이 지난해 4월 29일 50분 동안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선동방송을 했죠. 그게 인터넷으로 확산되고 친북좌익 세력이 대중 동원을 할 때 대통령이 바로 나섰어야지요. ‘MBC PD수첩과 뉴스데스크는 완전히 거짓말이다.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어야죠.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고 나부터 퇴임 때까지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쇠고기를 먹겠다고 단호하게 맞서고, 야간 촛불시위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그대로 적용했더라면 초장에 막을 수 있었어요. 그건 안 하고 ‘소통 부족입니다’ ‘나도 한때 데모를 한 사람입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했어요. 대통령은 계속 사과하고 MBC PD수첩, 거기다 KBS까지 합세해 떠드니까 국민은 ‘미국산 쇠고기는 위험한 게 맞구나’ 하고 속은 게 아닙니까.” 

- 협상 과정이 졸속이었던 건 사실 아닙니까.

“저는 인정 안 합니다. 미국산 쇠고기는 미국인 3억 명과 117개 수입국 국민이 먹는데 한 명도 인간광우병에 걸리지 않았어요. 미국에서 1년 동안 벼락 맞아 죽는 사람이 100여 명입니다. 미국산 쇠고기는 확률 계산이 불가능할 정도로 안전하죠. 그렇다면 협상이 졸속이고 뭐고가 있습니까. 대통령이 국민을 설득했으면 조기에 잠재웠을 겁니다. 용기와 신념 부족이죠. 화가 나서라도 그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대통령이 화가 날 때 화가 났어야죠.” 

- 최근의 이념 대립은 어떻게 보십니까?

“좌우를 가르는 기준은 헌법이라고 봅니다.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이고 보다 본질적인 것은 국가 정통성이죠. 대한민국 헌법 1조, 3조, 4조가 중요합니다.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국가이고 우리 민족사에서 유일한 정통국가라는 겁니다. 그리고 반드시 자유통일을 하되 전쟁하면 안 된다, 북한 노동당 정권을 평화적으로 해체해 자유통일을 하라는 거예요. 이것이 헌법에 나타난 국가 의지이고 국가 목표입니다. 보수세력은 이걸 믿는 사람이에요.”

- 그럼 좌파는 뭡니까.

“이론상으로는 친북좌파와 반북(反北)좌파가 있을 수 있어요. 그러나 한국 사회에선 ‘반북좌파’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진보신당이 반북좌파라고 해서 민노당에서 나갔는데, 행동하는 걸 보면 친북좌파를 따라가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에서 친북좌파 이외의 좌파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친북좌파는 헌법에 담겨 있는 정통성과 정체성, 가치를 인정하지 않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좌우를 나누는 기준은 헌법입니다.” 

- 헌법을 인정하지만 평등과 분배를 강조하는 좌파는요.

“그건 우리 편이에요. 경제적·사회복지적 면에서의 좌파는 정책적 문제일 뿐입니다. 저도 경제와 사회복지 부문에선 평등지향적으로 갈 수 있습니다. 그게 무슨 문제입니까. 한국에서 복지정책 제일 많이 편 사람은 박 대통령이에요. 77년에 의료보험(건강보험)을 처음 시작한 게 박 대통령 아닙니까. 복지에 대해 한국 보수세력은 아무 콤플렉스도 없어요.”

- 조 대표가 보기에 친북·종북좌파는 얼마나 되는 것 같습니까?

“굉장히 많아요. 6·15선언이 만악(萬惡)의 근원입니다. 6·15선언은 북한의 대남 적화전략 수단인 ‘연방제 통일안’을 대폭 받아들인 것입니다. 그대로 하면 대한민국이 적화될 수 있습니다. 북한은 그래서 ‘6·15선언을 실천하자’는 말을 씁니다. 그걸 지지하면 대한민국을 반대하는 겁니다. 6·15선언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민노당, 민주당, 대부분의 친북좌익 세력, 또 한나라당의 일부 의원. 굉장히 많은 거지요.” 

- 6·15선언을 지지한다고 종북이란 건 심하지 않나요.

“헌법에 반하는 통일방안을 의식적으로 추종하는 세력은 종북(從北)이죠. 민노당에서 핵심적으로 일했던 사람이 나오면서 민노당은 주사파가 주도한다고 폭로한 적이 있어 종북이란 말이 유행한 것 아닙니까. 정치인·공직자 중에 종북 인사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저도 고등학생 시절 트로츠키 같은 사람이 근사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제 소련·동구 공산주의가 무너지고 김일성·김정일의 악행이 다 드러났는데도 종북을 하고, 이들이 정치·언론에 들어가 있고, 교단에도 선다면 큰 일이죠.” 

- 친북좌파가 사회 전체 흐름을 좌우하진 못한다는 입장도 있는데요.

“막연한 낙관론을 주장하면서 자기 자신은 반(反)헌법 세력과 맞서는 행동은 하나도 하지 않는 게 가장 비겁합니다. 그런 사람들 많아요. 그게 한국 보수세력의 큰 약점이죠. 절대로 낙관론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왜 북한이 저렇게 오래 계속갑니까?”

- 다양한 정당과 사상의 자유는 허용돼야 하는 게 아닌가요.

“그걸 부인하면 대한민국 헌법을 부인하는 거죠. 다만 좌파를 해도 애국좌파를 하란 말이죠. 왜 반역자의 졸개가 되는 그런 좌파를 하느냐는 거죠. 독일의 빌리 브란트(1913~92) 전 총리와 같은 좌파를 하란 말이죠. 사회민주주의는 다 허용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민노당 같은 종북좌파를 하느냔 말이죠.”

- 이명박 정부의 중도실용 노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 대통령이 ‘헌법을 지지하고 수호하는 게 나의 이념이지만 정책은 중도실용을 펴서 서민과 중산층을 보호하겠다’ 이렇게 이야기했으면 좋겠어요. ‘좌우가 다 문제여서 중도실용으로 가겠다’고 하니까 중도실용이 이념적으로 들리는 거예요. 이념적으론 중도실용이란 게 없단 말입니다. 좋게 해석해 저는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은 이념이 아니라 정책적인 것이라고 보고 그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 북한과 대화를 하면 안 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굉장히 큰 오해인데요, 교전(交戰)할 때도 적과 대화하지 않습니까. 대화하고 교류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당하게 해야죠. 또 북한의 실체를 인정해야 하지만 국가로 인정하면 절대 안 되죠. 교류든 대화든 목적은 헌법이 지향하는 바대로 해야죠. 무슨 수를 쓰든 북한을 민주화하고 개방해 자유를 향해 나아가게 해야 합니다. 총을 쏘지 않고 소련이 무너졌듯이 북한 사회의 변화에 의해 통일이 되는 것이죠. 그쪽으로 유도하기 위한 대화와 교류는 필요하죠.”

▶ 조갑제 인터뷰 전문 보기①

▶ 조갑제 인터뷰 전문 보기②

대담=김종혁 문화스포츠 에디터
정리=배노필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penbae@joongang.co.kr>

◆조갑제 대표=1945년 생. 부산 출신으로 당시 국립 부산수산대(현재 부경대)에 다니다가 국제신보(현재 국제신문으로 제호 변경)에 입사해 언론인 생활을 시작했다. 월간마당 편집장과 월간조선 편집장을 거쳤다. 현재 조갑제닷컴 대표. 전 13권에 달하는 『박정희 전기-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를 포함해 다수의 책을 냈다. 『사형수 오휘웅 이야기』, 『유고-10·26 사건의 기록』(전2권), 『고문과 조작의 기술자들』, 『김대중의 정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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