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된 유럽 원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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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현대산업의 동맥 원자력발전소가 유럽에선 점차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다.

서유럽에서 새로운 핵발전소 건설은 프랑스를 제외하고는 중단됐으며 일부에선 기존의 핵발전소까지 폐쇄하고 있다.

독일 차기 연립정부의 원전폐쇄 합의를 계기로 유럽내 원전정책과 현황을 알아 본다.

독일 차기 연립정부는 지난 17일 독일내 원전 폐쇄와 함께 새 원전 건설중지 방침을 결정했다.

사민당.녹색당 연립정부는 향후 1백일내에 원전 안전검사를 강제하기 위한 관련법을 개정하고 1년동안 원전 사업자들과 완전폐쇄에 관한 협상을 벌일 계획이며 합의가 안될 경우 정부 출범 1년후 강제폐쇄에 관한 법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물론 현실적 대안이 없어 논란만 벌이다 정권이 끝날 테고 차기 정권에선 원점에서부터 이 문제를 다시 다루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폐쇄' 결정이 갖는 상징성은 의미심장하다.

56기의 원자로를 보유, 전체 전력의 70%를 원자력에서 얻고 있는 프랑스도 지난 16일 그동안 논란이 돼온 프랑스 서부 대서양 연안의 새로운 원자력발전소 건설계획을 철회했다.

벨기에.핀란드.이탈리아.네덜란드.스페인.스웨덴.스위스.영국에서는 이미 원전건설이 중지된 상태다.

핀란드는 지난 93년 9월 국회가 다섯번째 발전소를 건설하려는 정부의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94년 출범한 스웨덴 정부는 당초 공약대로 현존 12개 핵발전소중 1기를 지난해 폐쇄조치했다.

현재 유럽연합 (EU) 15개국중 핵발전소가 없거나 완전 폐쇄를 결정한 국가는 7개국이며 프랑스를 제외한 14개 나라는 핵발전소 개발계획을 취소했다.

유럽국들이 원전 폐쇄정책을 시행하는것은 환경보호와 경제성 측면에서 원전 이 이로운 점이 없다는 분석 때문이다.

원전의 건설공기가 8~10년 정도로 일반 발전소에 비해 두배 이상 길며 특히 쓰고 남은 폐기물 처리에 따른 비용도 만만찮을 뿐 아니라 최고의 안전시설을 갖추는 데는 이론적으로 1기당 20억달러라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문제는 원전을 폐쇄할 경우 필요한 전력을 어떻게 얻느냐는 점이다.

유럽국가들은 이 부분에서 준비를 비교적 착실히 해나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 교토 (京都)에서 열린 지구온난화 방지회의에 제출한 자료에서 유럽국가들은 풍력, 조력, 열병합 발전 등을 핵발전의 대체수단으로 제시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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