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관 감청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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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보기관의 감.도청은 대부분 국가기간통신망인 한국통신의 전화선을 통해 이뤄진다는 증언이다.

따라서 정보기관의 불법적인 도청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한국통신과 이들 정보기관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는 게 가장 큰 핵심이다.

검찰.경찰 등 일반 수사기관은 한국통신의 각 전화국에 있는 전화고장 시험기능인 SLMOS.LCR (참조.용어한마디) 시스템을 통해 감청하고 있지만 안기부는 이밖에도 가입자 전화선과 전용회선을 연결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규모의 감.도청을 시도할 수 있는 것으로 관계 전문가들은 증언하고 있다.

한국통신 모 전화국의 전화국간 전송부서인 PCM실의 한 담당자는 "안기부가 협조를 요청해 올 때 단말기를 통해 전화선을 연결하는 작업은 식은 죽 먹기" 라며 "이 경우 전화 감도 등이 전혀 문제 없고 뒤탈도 없다" 고 말했다.

이밖에도 각 전화국의 전자교환기 담당부서인 전자실에서도 한국통신 직원이 협조할 경우 안기부의 전용회선에 일반가입자 회선을 연결하는 것은 매우 쉽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지난 80년대말 안기부 의뢰로 팩시밀리등 비 (非) 음성정보 감청장치 개발에 직접 참여했던 K대 B교수는 "감청에 있어 현재로선 SLMOS시스템이 가장 우수한 방법이란 점에 동의한다" 며 "그러나 이는 한국통신 교환기 부서의 협조가 전제돼야 한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다른 전화국과 연결하기 위해서는 모뎀을 사용해야 하는 점과 시험실 직원을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대규모의 불법 도청엔 적절치 않은 것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다음은 안기부의 전용회선 문제. 안기부가 도청을 위해 어느 정도의 회선을 사용하고 있는가 하는 것은 이전의 국정감사에서도 자주 거론되기도 했다.

한국통신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안기부가 1만회선 용량의 대규모 전용회선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사실" 이라며 "다만 이 가운데 안기부가 얼마만큼의 회선을 실제 사용하고 있는지는 한국통신측으로서도 파악하기 힘들다" 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안기부 초기 전용회선은 원효전화국에 집중돼 있었으나 수요가 늘어나면서 구로전화국 등으로 분산됐다" 며 "현재는 강북지역은 원효전화국이, 여의도 국회를 포함한 강남지역은 구로, 서울 외부지역은 혜화전화국에서 분담하고 있다" 고 말했다.

정보통신부의 한 고위 간부는 "유선 외에도 무선전화 감.도청이 쉽게 이뤄지고 있다" 며 "아날로그 방식은 1백%, 디지털 방식도 최근엔 거의 다 감.도청이 가능하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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